이종구 “최경환 삭발해야” 김태흠 “선거 주연은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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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노믹스(경제정책)’에 실패하고, ‘진박 마케팅’에 전념한 최경환 전 부총리는 (총선 패배에) 책임이 크다. 삭발하든 삼보일배를 하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새누리당 강남갑 이종구 당선자)

당선자 워크숍서 총선 책임론 갈등
이 “윤상현, 복당 전 진상 밝혀라”
김 “이한구도 조연, 3류 드라마”
원내대표 선출 방식도 결론 못내
“작은 정치 대신 민심정치” 결의문

26일 국회 본관 246호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 당선자 인사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 분위기가 네 번째 발언자로 올라온 이종구 당선자가 나서면서 달아올랐다. 이 당선자가 ‘삭발’까지 거론하자 토론장 뒤쪽에 앉아있던 최 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이 왜 저러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국민이 너무 많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복당 이전에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며 “소위 친박·진박이라고 주장한 사람, 특히 공천에 관여한 사람들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워크숍은 반성의 의미로 당선자 전원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최다선(8선) 의원으로 대표 발언을 하면서 “저는 대권, 원내대표의 꿈이 없고 국회의장 얘기가 나오지만 야당에서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며 “저도 마음을 비우겠다”고 말했다. 그런 뒤 “여야가 상생한다는 각오로 야당과 대화, 타협하는 인물들이 원내대표와 대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개를 숙인 지 한 시간 만에 갈등이 불거졌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토론은 점심까지 거르면서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당선자 등이 친박계 책임론을 제기하자 친박계도 반격에 나섰다. 김태흠 의원은 “이번 선거는 김무성 대표 주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조연의 국민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은 3류 실패 드라마”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선거 패배의 주연인 이유’에 대해 ▶무리한 상향식 공천(완전개방형 국민경선) 추진 ▶살생부 논란(정두언 의원이 김 전 대표에게 들었다고 한 공천 배제자 명부) ▶옥새 파동(김 전 대표가 공천 결정에 반발해 대표 날인을 거부한 사건) 등을 들었다.

또 김세연·김영우·황영철 의원 등 ‘새누리당혁신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을 겨냥해 “이분들은 2012년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주도한 분들”이라며 “19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만들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 추궁을 당하지 않았다. 자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황영철 의원은 “새혁모에 대한 비판은 안타깝다”며 “위기의 당을 구하기 위해 초선, 다선 할 것이 없이 나서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는 경선으로 뽑자”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당의 존립이 위협받고, 대선도 패배할 것 같은 분위기”라며 “그런데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김 의원은 “그냥 비대위가 아닌 당을 수술하는 혁신비대위가 필요하다”며 “혁신위원장은 외부 인사를 초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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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크숍에서 당선자들은 “계파와 정파에 매몰된 ‘작은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을 존중하는 ‘민심정치’를 펼쳐나가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남 탓’이 이어지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선출 방식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토론회에서 이 당선자에게 직격탄을 맞은 최 의원은 기자들이 책임론에 대해 질문하자 답변을 피했다. 최 의원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거냐”는 질문에도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지금 말씀드리면 또 네 탓 내 탓 하고 싸움이 된다”고만 답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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