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주변엔 집권 생각 없는 운동권”…“김종인, 당권 욕심 드러낸 벼랑끝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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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문재인’, 마주 잡았던 두 사람의 손이 풀리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5일 광주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내가 (지난 22일 문 전 대표와 만찬에서) 들어보지 않은 얘기를 사후에 나와서 말을 만들어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와 단둘이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전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더 이상 문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입을 닫았다. 문재인 의원실은 기자들에게 “김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언론이 사소한 진실 다툼으로 틈을 벌리는 걸 원치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과연 양측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며,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김측, 이름까지 적시하며 비판
정청래 막말 빼고 한 것 없어
설훈은 호남 패배 김종인 탓
문재인, 제압할 자신도 없고
게다가 거짓말까지 … 화난다

① “그들만의 논리에 빠진 구친노들”=김 대표의 이용재 전 정무특보는 “김 대표와 통화했더니 ‘문재인 전 대표는 정직하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어이없어 하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다른 핵심 측근도 “문 전 대표의 거짓말 때문에 화가 났다”며 “22일 만찬에서 ‘전당대회에 나가면 상처만 입을 것’이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언론에 그렇게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가 만찬 회동에서 하지 않은 말을 언론에 한 것처럼 했다는 주장은 한쪽 측면일 수 있다. 김 대표나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전 대표뿐 아니라 주변 인사들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김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에게 “(문 전 대표 주변의) 일부 사람들이 말을 자꾸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이 정상적인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영입한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김 대표는 ‘문 전 대표 주위에 있으면서 자신들만의 논리에 빠진 사람들이 문제’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측근은 “억지로 친노 세력을 잠재우고 총선을 이겼는데, 친노 인사들은 집권할 생각도 없고 자기만 국회의원이 돼 뭐라도 해볼까 궁리만 하는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의원 같은 이들은 막말 빼고 할 줄 아는 게 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실무참모들은 김 대표와 함께 가려는 생각이 있는데 ‘구친노’ 인사들이 문제”라며 “정청래·설훈 의원 등이 또 등장해 총선 때 호남에서 진 게 김 대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도 문 전 대표가 제압도 못하고 그럴 자신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처사촌동생인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김 대표가 비대위 체제를 조금 더 가져가자고 한 건 당이 과거로 회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내가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면서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들은 자기 능력에 따라 후보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문측, 과거까지 거론하며 맞불
김, 새누리 때도 5번 당무 거부
추대 안 되니 전대 연기 요청
3김 시대에도 그렇게 안 했다
김종인 대선 역할엔 변함 없어

② “발언 마음대로 해석해 먼저 옮겨”=문 전 대표는 침묵 모드로 돌입하고, 의원실은 무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측근 인사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언론에 (22일 저녁) 독대 사실을 자기 해석대로 먼저 옮긴 건 김 대표”라며 “이후에도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중앙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을 문 전 대표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3김(三金) 시대’에도 그렇게는 안 됐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윤호중 의원도 “김 대표가 전당대회 연기를 요청했다는데, 문 전 대표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당이 더 이상 아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원한 핵심 측근은 “비례대표 사태 때 사퇴를 언급하다 뜻을 관철시켰던 ‘벼랑 끝 전술’의 반복”이라며 “정말 대표가 하고 싶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 때도 다섯 번이나 당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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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김 대표가 정치적 욕심을 부린다”는 게 문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의 시각이다.

익명을 원한 다른 측근은 “만찬 회동에서 문 전 대표가 ‘경선에 나가면 상처만 난다’고 한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논란에도 불구, 김 대표가 대선에서 더 큰 역할을 당연히 맡아야 한다는 문 전 대표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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