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과 기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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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사학육성과 관련, 등록금의 자율화가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연초엔 사립고등학교의 납입금을 자율화 할 경우 고교평준화시책과의 상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논의된 바 있고, 이번에는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자율화함으로써 고급인력 양성기관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있다.
사학의 재정형편이 중·고교건, 대학이건 국공립에 비해 어렵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평준화시책의 대상이 되고있는 고교에서 사학의 재정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은 바로 교육환경의 열악을 뜻하는 것으로 평준화시책의 바탕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거의 없어 교육기관으로 기능수행에 애로가 많은 것은 사립대학이라고 그다지 나을 것은 없다.
중등교육의 45%, 고등교육의 75%를 담당하고 있는 사학의 재정상태가 이처럼 어렵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단계에 있는 우리로서 고급두뇌 양성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뿐만아니라 대학의 질을 높이고 내실화를 기한다는 것은 만성적인 학원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대책의 하나도 되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에 대한 국민적 열의와 투자가 열매를 맺어 우리나라도 외국에 못지 않은 교수들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문제는 재정상태가 뒷받침을 못해 주어진 좋은 조건을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얘기다.
며칠전 민정당대표와 대학총장들의 간담회에서는 사립대학의 재정을 충실화하는 방안으로 등록금의 자율화와 함께 사학에 재량권을 주어 기부입학을 1%선에서 허용하는 방안, 외국의 장기저리차관을 정부가 알선해주는 방안 등이 제시되었다.
두말할것도 없이 대학교육의 질적향상이 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란 인식에서 이런 모든 방안은 적극적인 검토가 가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획일적으로 책정되어 있는 등록금의 자율화는 시급히 개선돼야할 과제다.
어떤 사학총장의 말대로 훌륭한 대학을 만들려면 더 많은 교수요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등록금을 획일화 하니 교수가 많은 대학만 손해를 보고 만다는 것이다.
더우기 중등교육에서의 평준화시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대학등록금의 획일화가 대학교육의 충실화를 저해하는 요인의 하나라는 점을 반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기부입학에서 대학에 재량권을 주는 문제는 대학입시를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 현행 제도밑에서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교육투자가 다다익선인 우리 현실에서 기업이나 개인의 대학에 대한 기부행위는 손비처리 등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학의 재정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대증료법과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는데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우리교육이 당면한 문제를 보다 거시적으로 진단하고 파악해서 처방하는게 필요하다. 사학재정의 충실화문제 또한 대학의 개방과 자율화란 보다 넓은 시각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져야 한다고 믿는 까닭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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