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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 출마 '여소야다'···여당선 신중, 야당선 후보 풍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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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서 제 3당이 된 국민의당의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 등 집무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마련됐다. 원유철 새누리당,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오늘(18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총선 이후 처음으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의사 일정 등을 논의한다. [사진 박종근 기자]

원내대표 자리가 ‘금값’이 됐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체제가 되면서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중요해졌고, 그만큼 권한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이 과반인 상황에선 쟁점법안의 처리를 예산과 연계하는 등 ‘얻어오기’에만 급급했던 야당 원내대표의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

대표적인 게 1988년의 13대 국회다.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299석 중 125석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3김(三金)’이 이끌던 평화민주당(70석), 통일민주당(59석), 신민주공화당(35석)이 모두 교섭단체를 구성해 의회권력이 여소야대 ‘4당 체제’였다.

당시 평민당 원내총무(원내대표)였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책임자 처벌이 거론되자 여당 김윤환 원내총무가 내게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의 책임을 피하게 해달라’며 눈물바람까지 하더라(눈물을 흘리더라)”고 회고했다. 당시 4당 원내총무는 두 사람 외에 최형우(통일민주당)·김용채(신민주공화당) 등 ‘1노3김’의 대리인이었다. 그만큼 권한이 강했다.

특히 20대 국회 원내대표들은 국회 운영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국회의장단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에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타협해야 한다. 한 예로 2명이던 상임위원회 간사도 국민의당을 포함한 3명으로 늘어난다. 법안도 3당이 이합집산해야 의결정족수를 넘길 수 있다. 청와대의 요구까지 협상에 반영해야 할 여당 원내대표로선 피곤한 협상일 수밖에 없다.

3당 원내대표 후보군
새누리당=심재철(5선), 김정훈, 나경원, 유기준, 정우택, 정진석, 홍문종, 한선교(4선)
더민주=
변재일, 설훈, 안민석, 이상민, 조정식(4선), 노웅래, 민병두, 안규백, 우상호, 우원식, 홍영표(3선)

국민의당=김동철, 박지원, 주승용(4선), 유성엽, 장병완(3선)

| 새누리, 어려운 시기 선뜻 안 나서
일각 “계파 싸움 우려” 추대론 제기

그래선지 새누리당에선 선뜻 원내대표를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심재철 의원(5선)만이 “내부를 수습하고 야당과의 관계도 풀려면 5선이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내 유일한 ‘서울 4선’이자 여성 최다선인 나경원 의원은 “고민 중”이라고만 말했다. 19대 국회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 의원은 독일 출장 중이다.

당 내에선 홍문종· 유기준· 정우택· 한선교· 김정훈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도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총선 전까지 적극적이던 ‘친박계’는 신중해졌다. 4선이 된 유기준 의원은 “가장 어려운 시기다. 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계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며 추대론도 제기된다. 비박계인 정양석 당선자는 “당권은 친박계가 도전할 수 있지만 원내대표는 혁신과 당내 통합을 위해 비박계에 안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 더민주 주류 “여당 견제할 인물 뽑자”
비주류 “국민의당과 대화될 사람”

새누리당과 달리 원내1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벌써 후보들이 풍년이다. 더민주에는 이미 10명 내외의 후보군이 형성돼 있다. 4선의 변재일·설훈·안민석·이상민·조정식 의원을 비롯해 3선의 노웅래·민병두·안규백·우상호·우원식·홍영표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 주류와 비주류 사이엔 온도 차가 있다. 주류는 “정책 주도성”(우상호)과 “여당 견제와 경제민주화 실천력”(홍영표)을 내세우고 있다. 중도인 민병두 의원은 “경제적 진보노선과 정치적 협상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주류는 국민의당과의 협력을 우선순위에 뒀다.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대화가 가능하다”(이상민), “국민의당과 연대 없이는 어렵다”(노웅래)는 나름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더민주의 원내대표 경선은 당 대표 경선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전당대회 때 ‘친노’ 이해찬 의원이 ‘유인태 원내대표’ 카드 대신 ‘비노’ 박지원 의원을 지원했듯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주류·비주류 안배론이 등장할 수 있다.

| 국민의당, 3선 이상이 후보군
안철수 핵심 측근 “박지원 적합”

캐스팅보트가 돼 원내 1, 2당 사이에서 마음껏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에는 원내대표 후보가 즐비하다. 4선에 성공한 김동철·박지원·주승용 의원, 3선의 유성엽·장병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박지원 의원은 스스로는 “18·19대 때 이미 원내대표를 했고, 이제 후배가 할 차례다. 나는 다른 일을 하겠다. 당권·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모두 다 열어 놨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핵심 측근은 “정무감각을 갖춘 박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 주면 더할 나위 없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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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이주영·이정현은 당권 도전장 내, 나경원 등 원내대표 거론



안 대표는 이날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 뒤 “당헌·당규대로 당권·대권 분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당헌 당규에는 대선 선거일 1년 전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글=이가영·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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