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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이정현 “정치 바뀌고 있다” 부산 김영춘 “더 낮은 자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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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역주의의 그늘이 걷히자 동토(凍土)에도 꽃이 폈다. 수차례 무릎을 꿇으면서도 적진에서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팠던 여야 후보들이 20대 총선에서 당선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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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에서 야당의 텃밭인 순천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부산=송봉근 기자,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순천에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2014년 7·30 보궐선거에 이어 두 번째 기적을 일궈냈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5%포인트까지 뒤졌던 이 후보지만 맹추격을 거듭해 결국 판세를 뒤집었다. 이번엔 20개월짜리가 아니라 온전한 4년 임기 의원직이다.

지역주의 그늘 걷어낸 여야 후보들
새누리 정운천은 전주 입성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 김해는
더민주 김경수·민홍철 당선

이 당선자는 당선사례에서 “순천 시민들이 제 당선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엄중하게 말하고 있다. 제가 앞장서서 발로 뛰며 이를 실천하겠다”며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이 뭘 해야 하는지 롤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만 다섯 번째로 출마했다. 1995년 지방선거와 17, 19대 총선에서 떨어졌다. 17대 총선에서 그가 얻은 표는 고작 720표로 득표율은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보궐선거에선 전남 순천-곡성에서 49.3%를 얻어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총선에선 지역구가 쪼개지는 불운도 이겨내야 했다. 이 후보는 고향인 곡성 대신 순천을 택했다.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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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에서 야당의 텃밭인 전주을에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당선됐다. [부산=송봉근 기자, 프리랜서 오종찬]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도 호남의 주요 거점인 전북 전주을에서 ‘제2의 이정현’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와는 끝까지 접전을 벌였다. 정 후보는 ‘전북 삼수생’이다. 2010년 전북도지사에 출마했다 떨어졌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전주 완산을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득표율은 35.8%였다. 11.2%포인트 차 낙선이었다. 이번에는 야당 후보 두 명과 시종일관 팽팽한 3파전을 벌였다. 2010년 지방선거 유세 때부터 “세상을 바꾸겠다”며 장닭 울음소리인 ‘꼬끼오’를 구호로 외쳤던 정 후보는 6년 만에 새벽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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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텃밭인 부산 부산진갑에서는 더불어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당선이 확정된 후보들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프리랜서 오종찬]

서울 광진갑에서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더민주 김영춘 후보도 부산진갑에서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선 나성린 후보에게 불과 3000여 표 차이로 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90.0%가 개표된 오후 11시30분 현재 50.0%를 득표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김 당선자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일할 기회를 주신 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더 낮은 자세로 한국을 바꾸는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선 더민주 후보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김해을에선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후보가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를 눌렀다. 김 후보는 19대 총선에선 김태호 의원에게 4.2%포인트 차로 패했다. 이후 지역구를 떠나지 않고 절치부심하며 지역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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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텃밭인 김해갑에서는 더불어 민주당 민홍철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당선이 확정된 후보들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프리랜서 오종찬]

영남권 유일의 야당 지역구였던 김해갑에서도 현역 의원인 더민주 민홍철 후보가 새누리당 홍태용 후보를 제치고 수성에 성공했다. 민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새 인물론’을 펼친 데 이어 이번엔 현직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했다.

순천=최경호,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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