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보부 "흑마법에 맞선 우리의 방어태세는 밝힐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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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에 맞선 우리의 방어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해당하는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가 10일(현지시간) 내놓은 반응이다. 사이버 안보를 담당하는 첩보기관이 '흑마법(dark arts)' 운운이라니 무슨 사연인가 싶을 게다.

J.K.롤링의 판타지 소설인 ‘해리포터’과 관련이 있다. 특히 총 7권 중 6권째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와다. 출판사에서 한창 인쇄기가 돌아갈 무렵, GCHQ가 해당 출판사에 연락을 했다.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초판본이 있으니 참고하란 얘기였다.

출판사 대표인 니겔 뉴튼은 호주 ABC라디오에 출연해 “확인해본 결과 진본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우린 보안을 더 강화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론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캐릭터인) 덤블도어 교장이 숨진다는 결말이 미리 알려졌다면 끔찍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로이터 등이 GCHQ에 확인 요청을 하자 GCHQ가 흑마법 발언을 한 게다.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관례를 지키면서도 해리 포터 느낌을 살린 코멘트를 한 게다.

정보통신분야의 감각 있는 인재들이 절실한 GCHQ는 그간 '남다른' 홍보감각을 보여왔었다. GCHQ국장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가 일련의 암호 풀기 문제인 적이 있었다.

또 영국의 최장수 드라마로 시간우주여행자에 대한 얘기인 '닥터 후(Doctor Who)'에 빗대 'GCH-WHO? Technical opportunities(기술적 기회)'란 문구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의 보도 블록마다 도배하기도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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