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쉽게…동별 찬성 2분의 1로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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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파트 리모델링이 쉬워진다. 정부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허가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파트단지 전체 리모델링을 위해선 두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로 전체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이 동의해야 하고, 다음으로 동별로도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동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다른 동은 압도적인 찬성인데 한두 동만 반대가 많아 전체 사업이 좌초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론 동별 동의 요건을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전체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동의 요건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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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단계도 간편해진다. 지금은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별도로 리모델링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사업계획 승인 신청 시 함께 처리할 수 있다.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세울 때 도시 경관 관리방안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도시 경관 관리방안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건축물의 높이나 형태, 색채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전체 5분의 4 이상 동의는 유지
도시경관 관리방안 안 따라도 돼
정부,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유도

정부가 리모델링을 도시 경관 관리방안에서 제외시킨 데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지부진한 기본계획 수립을 독려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기본계획은 지자체별로 마련하는 일종의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이다. 현재 전국에서 경기도 성남시만 기본계획을 세웠고 서울시는 1년 이상 제자리걸음이다. 사업계획 승인의 바탕이 되는 기본계획이 없으면 사실상 리모델링 사업은 중단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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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 대신 ‘고치고 늘려서 계속 쓰는 리모델링’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 4월 최대 3개 층까지 수직 증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가구 수 증가 허용 범위도 10%에서 15%로 확대하며 관련 규제를 하나둘 풀고 있다. 강치득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사무관은 “지은 지 15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재건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낡은 아파트를 재단장하는 방법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있다.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사업성이 좋은 편이다. 재건축에 드는 비용을 일반분양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 지 30년이 넘어야 하고 안전진단에서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1990년 이후 지은 아파트는 내진설계 기준이 강화된 뒤여서 안전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기 쉽지 않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이어 낡고 오래된 주거 환경을 바꾸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관련 법규나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수직 증축은 최대 3개 층으로 마무리됐지만 수평 증축이 남아 있다. 내력벽(건축물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벽) 문제다. 정부는 내력벽 철거 비중을 10%로 고수하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집을 넓히기 위해서는 내력벽을 20%까지 철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 문제도 있다. 수직 증축으로 리모델링 후 주소(동·호수)가 달라지면 신규 취득으로 봐 취득세 등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리모델링 후 주소는 같은데 집이 넓어지면 커진 면적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낸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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