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겨냥한 사상초유 '황산테러'…하루종일 갈팡질팡한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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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 3층 사이버범죄수사팀 앞 복도에 전모씨가 관악서 소속 박모 경사 등 4명에게 뿌린 염산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흩어져있다. 이 사고로 박모 경사는 얼굴에 3도 화상을 입었으며 다른 3명도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뉴시스]

지난 4일 30대 여성이 경찰서 한복판에서 경찰관에게 황산을 뿌린 사건이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공권력을 겨냥한 ‘황산테러’였다. 이를 놓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했던 관악경찰서 측은 사건 경위와 액체의 종류 등을 놓고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피의자 전모(38)씨와 황산테러로 얼굴에 3도 화상을 입은 관악서 사이버수사팀 소속 박모(44) 경사의 관계가 문제였다. 전씨는 지난 2013년 헤어진 남자친구를 스토킹 혐의로 관악서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한 바 있다.

전우관 관악경찰서 형사과장은 4일 박 경사가 피의자 전모(38)씨의 과거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이었느냐를 놓고 ‘아니다’라고 했다가 ‘맞다’고 정정했다. 이후 오후 6시 쯤에야 “박 경사와 전씨가 고소건을 놓고 상담차 알게 됐으며 직접 사건을 담당했던 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전씨가 황산테러를 저지르기 전 경찰서에서 흉기 난동을 피운데 대해서도 사실 관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전 형사과장은 처음엔 “(전씨가)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과도를 하나 들고 왔다”다고 정정했다.

전씨가 뿌린 액체가 무엇이냐를 놓고도 종일 혼선을 빚었다. 전 형사과장은 이날 정오쯤 “액체감정 결과가 염산으로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3시쯤 전씨의 인터넷 사이트 구매 내역을 확인한 결과 액체는 염산이 아닌 황산계 용액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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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 형사과장은 “국과수에서 ‘1차 염산이 검출됐고, 추가로 다른 성분이 있는 지 보강중’이란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5시쯤 다시 “국과수 감정 결과 황산 96%로 회신됐다”며 발언을 정정했다.

전 형사과장은 이에 대해 “국과수에서 1차 분석상 오감정이 나올 수 있다. (국과수로부터) 오감정이 나올 수 있다며 1차분석이란 연락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과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산 96%로 통보하기 전엔 어떤 종류의 산인지 답변한 적이 없다”며 “황산과 염산은 완전히 다른 물질인데 황당하다. 완벽한 감정을 추구하는 국과수에게 ‘오감정’이란 말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전 형사과장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빨리 알리려다 빚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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