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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야 경제 논쟁, 현실적 대안 제시로 심판받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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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이후의 새누리당 집권 8년을 ‘잃어버린 8년’으로 규정하고 일찌감치 경제심판론을 제기했다. 그는 “모두가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수출과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온 경제정책의 초점을 가계소득 증대로 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이에 맞서 경제활성화를 외친다. “소득 3만 달러 시대 달성과 3% 이상의 지속 성장을 위해 대기업에 족쇄를 채워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지난달 29일엔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QE)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은 하나하나 ‘뜨거운 감자’다.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판단이 다르고 찬반도 엇갈린다. “헌법도 안 읽은 사람”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양반” 같은 자극적인 발언은 논점을 흐린다. 그럼에도 여야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국가 경제의 장래를 두고 분명한 노선을 제시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논쟁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활성화, 성장과 복지, 기업과 가계의 불균형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분명해졌다. 이런 차이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가 늘고 투표로 표출된다면 정책정당이라는 한국 정치의 오랜 숙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이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새누리당 공약은 ‘관광산업 활성화로 일자리 150만 개 창출’ 같은 구호성이 대부분이다. 더민주도 기초노령연금 30만원 확대 등 재원대책이 부실한 공약을 대거 내걸었다. 각자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부각하려 애쓰다 보니 반쪽짜리 공약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쟁은 김 대표와 강 위원장이 이런 지적을 귀담아듣고 각 당의 정책 콘텐트를 보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살고 국가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