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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담뱃갑 경고그림, 더 과감하게 표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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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보건복지부가 올해 말부터 담뱃갑에 인쇄할 경고그림 시안 10종을 공개했다. 폐암·후두암 등 5개 질병과 간접흡연·임산부흡연 등 질병 외 5개 분야다. 오는 6월까지 최종안이 확정되면 12월 23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은 관련 법안이 첫 발의됐던 2002년 이후 14년 만이다. 2001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캐나다보다 15년 뒤졌다.

사실 우리의 금연정책은 그동안 후진적이었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43.1%(2014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데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경고그림 같은 강력한 비(非)가격 정책에서 뒤졌다. 경고그림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캐나다는 5년 만에 흡연율을 24%에서 18%로, 영국은 10년 만에 27%를 19%로 각각 떨어뜨렸다. 반면 우리는 가격통제만 고집했다. 지난해 일률적으로 2000원을 인상하면서 2020년까지 OECD 평균 수준(29%)으로 흡연율을 낮추겠다고 했다. 값 인상으로 지난해 세수가 3조6000억원이나 불었다니 금연 유발 효과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애꿎은 애연가 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메꾸는 게 아닌가.

불신을 씻으려면 경고그림을 잘 정착시켜야 한다. 구멍 뚫린 후두암 환자의 목, 태아로 향하는 임신부의 담배 연기, 남성 하반신의 ‘고개 숙인’ 담배꽁초 등 시안은 충격적이다. “너무 자극적이고 혐오스럽다” “더 입맛 떨어지게 만들어라”는 등의 반응이 뜨겁다. 일단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론 보완할 점이 많다. 우선 경고그림은 담뱃갑 상단에 부착해야 한다. 하단에 넣으면 판매대에 가려져 구매 억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제도를 도입한 81개국 대부분은 상단에 넣었다. 담배 진열대도 눈에 띄는 곳에 놓는 게 바람직하다. 과도한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폐해를 알리자는 취지이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담뱃갑 면적의 50% 이상으로 돼 있는 그림(문구 포함) 넓이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캐나다는 75%, 호주는 최대 95%다. 최종 결정할 때까지 더 다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