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 주식 대박’ 진경준 “친구들과 함께 산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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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여만 주를 매입 후 10년 만에 팔아 120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과 관련해 31일 매입 경위를 밝히고 사과했다.

“컨설팅 업체 다닌 지인 소개로 매입
공직자로 재산 문제 심려 끼쳐 죄송”

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주식을 판 사람(일반인)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주식 매입자금의 출처도 “당시 갖고 있던 돈”이라고만 언급하고 구체적 액수나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진 본부장은 지난달 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자료에서 2005년 산 넥슨 주식 8500주(이후 주식 분할로 85만여 주로 증식)를 지난해 126억원대에 매각해 37억9853만원의 재산이 증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큰 의혹은 매입 경위였다. 진 본부장은 넥슨 주식을 매입하기 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돼 근무(2002~2004년)했다. 또 김정주(48) NXC(넥슨의 지주사) 회장과 대학 동창인 데다 가족끼리도 친한 사이라고 한다. 이런 배경이 작용해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넥슨 주식을 살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2005년 당시 넥슨은 인터넷 게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의 히트작을 앞세워 매출액(2117억원)이 전년 대비 2배로 늘어났다. 넥슨 비상장주식은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다니던 대학 친구의 소개로, 당시 해외 이민을 준비 중이던 한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친구들이 공동 매입한 것”이라며 “당시 매도 물량이 적지 않아 여럿이 같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주식을 산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매입자금에 대해 그는 “기존에 갖고 있던 돈이었고, 그 내역은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다 신고했다. 국세청 등 관련 기관에서 세금을 문제 삼은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액면가(500원)보다 싸게 주식을 샀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보다 훨씬 비싼 주당 수만원에 매입했다”고 말했다. 진 본부장은 “공직자로서 재산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법무부는 이번 건이 자체 조사에 나설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진 본부장의 재산 변동 내역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매년 신고하는 사안이라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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