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4월 인상론 장외서 진압한 옐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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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또 매파(금리 인상파)를 진압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을 통해서다. 옐런 의장은 “경제전망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정책 조정을 신중하게(cautiously)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다.

외부 행사서 “정책조정 신중해야”
최근 매파 공세에 다시 한번 쐐기

 옐런의 메시지는 2주 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 때와 같다. 그런데도 상당한 무게감을 갖는 것은 최근 Fed 간부들이 앞다퉈 조기 금리인상 주장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중도파로 간주하는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가 대표적 경우다. 그는 “경제 데이터만 보면 추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충분한 모멘텀이 있다”며 “이르면 4월 FOMC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경제가 예상대로 전개되면 다음 금리 인상은 멀지 않을 수 있다”며 4월 금리인상에 힘을 보탰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가 계속해서 오르면 좀더 가파른 금리인상 경로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파의 공세엔 근거가 있다. 우선 인플레가 들썩거린다. Fed가 기준으로 삼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월에 전년대비 1.7%나 올랐다. 옐런 조차 “내가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것 이상”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게다가 고용은 순항 중이다.

 무엇보다 Fed의 걱정거리 두 가지가 확연히 달라졌다. 우선 원유가격이 반등했다. 유가는 2월 저점 대비 50% 가까이 상승해 배럴당 40달러선을 오르내린다. 인플레가 이륙할 활주로가 깔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발 세계 경기둔화도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모습이다. 윌리엄스 은행장은 “내겐 글로벌 위기가 안 보인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옐런은 단호했다. “글로벌 경기와 금융 상황 전개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잠재적 악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경제 성장이 애초 예상보다 약하고, 기업실적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은 인플레 상승 조짐에 대해서도 “이런 빠른 속도가 지속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옐런은 이날 연설로 ‘장외 반란’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시장은 평가한다. 이로써 4월 인상설은 힘을 잃었다. 뉴욕 증시는 안도감에 S&P500지수가 0.9%, 나스닥 지수가 1.7% 올랐다. 달러화 약세 행진은 기세를 높였다. 당장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전날보다 13원 오른 1150.8원으로 마감되면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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