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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독에 빠진 영국 대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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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국 대학생들의 음주가 지나쳐 사회적 손실이 크다고 일간 인디펜던트 17일자가 보도했다.

대학생 폭음이 주목받은 계기는 지난 여름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학기말시험을 끝낸 기분에 폭음해 술집을 때려부순 사건이다.

인디펜던트는 '폭음이 이제 대학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학업성적 저하는 물론 대학 내 주먹다짐과 성폭행, 심지어 돌연사까지 일어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학생들의 폭음문화를 "새로운 영국병"이라고 부를 정도다.

1960년대 이후 영국 청년층의 음주 인구는 두 배로 늘었다. 대학생 10명 중 8명이 술을 마시며, 절반 이상이 주기적으로 폭음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음 후 16~24세의 젊은이 7명 중 한명꼴로 충동적인 성관계를 맺는다. 5명 중 한 명은 이를 후회하며, 10명 중 한 명은 너무 취해 성관계를 가졌는지 폭행을 당했는지조차 모른다.

폭음이 대학문화로 자리잡은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영국 대학의 경우 구내 학생회관에서 술을 싸게 판다. 대학학생회연합(NSU)이 학생 복지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주류판매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술집보다 싸게 팔고, 또 구내식당이기에 손쉽게 자주 마시게 된다. 특히 주말(금.토요일)의 경우 학생회관에서 맥주를 마시다 술기운이 동한 학생들이 인근 술집을 전전하면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신다. 그래서 미국 대학처럼 구내에서 술을 팔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둘째는 술집들이 대학생을 겨냥해 싸구려 술을 판촉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적게 오는 시간엔 할인을 해주거나, 석 잔을 마시면 한 잔을 공짜로 주는 식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축구경기 등이 있을 때엔 대형 TV로 중계해준다며 대학가에 홍보물을 돌리기도 한다. 셋째는 어려서부터 술을 접하게 되는 영국 사회의 느슨한 분위기와 중.고교(공립)의 부실한 교육환경 탓이다.

보통 10대 중반부터 술을 마신다. 2003년 조사 결과 14~15세 청소년 남학생 42%, 여학생 44%가 '지난주에 술을 마셨다'고 대답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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