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손학규 선대위장 모시기 삼고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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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27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열사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은 채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병훈 더민주 광주 동-남을 후보. [광주=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7일 오전 8시 광주 라마다호텔에서 광주·전남 지역 언론사 대표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선 ‘호남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리에 배석했던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언론사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안 된다. 문 전 대표를 그만두게 하거나 김 대표가 직접 대통령에 나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함께 앉아 있던 이용섭 전 의원을 가리키며 “나는 아니고 당신이 한 번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2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 중인 김 대표에게 ‘대선후보 출마’ 권유가 나온 것이다.

광주 간 김 대표 “대선후보 안 정해져”
현지선 김 대표에게 출마 권유도

김 대표는 26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을 전남 강진에 보내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상임고문을 만나도록 했다. 28일 선대위 인선 발표를 앞두고 막판까지 김 대표가 손 전 고문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김 대표의 제안을 한 차례 거부했던 손 전 고문은 이날도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다고 한다.

김 대표는 26~27일 1박2일간 전남·광주를 방문해 문 전 대표에 대해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26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서삼석(영암-무안-신안)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선 “마치 대통령 후보가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처럼 그런 생각 절대로 하지 말아 달라”며 “총선이 끝나면 새로운 싹들이 다시 대권을 향해 많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특정인을 위해 여기 와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측근들은 호남 내에 퍼져 있는 ‘반(反)문재인 정서’를 감안한 발언이라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실제로 와 보니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다”며 “당내에서 친노 패권 문제가 불거진 후 더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발언이 반문 정서만 감안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호남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강한데 김 대표가 역할을 해주기를 지역민들도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지난 16일 관훈토론회에서 “킹메이커는 더 이상 안 할 것”이라고 했었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호남 출신임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6·25전쟁 중 피란을 가 광주에서 서석국민학교와 서중학교를 다녔다”고 밝혔다. 조부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고향은 전북 순창이다. 문 전 대표는 27일 성남 분당갑 김병관 후보와 함께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다. 그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광주=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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