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공천은 악랄한 사천"

중앙일보

입력

정의화 국회의장이 ‘친정’ 새누리당의 4ㆍ13 총선 후보공천을 “악랄한 사천(私薦)”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지난 24일 일부 기자들을 만나 친박근혜계 주도의 이번 공천 결과과 관련해 “공천이란 이름으로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을 뭉개버린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의장은 “이런 식으로 사천을 하니 비분강개(悲憤慷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士禍)와도 같은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을 겨냥해 “공천위원장은 인격이 훌륭하고 중립적인 사람이 해야 하는데, (이번에 이 위원장을 임명해) 새누리당은 사당화했다”고도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국정 목표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좋은 말을 했는데, (여당은) 오히려 점점 비정상으로 가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이렇게 사당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청와대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은 “(퇴임 후에) 이미 사당화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면서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 괜찮은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 결사체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20대 총선에 불출마한다. 정 의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그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으로 내리 5선을 한 부산 중-동 선거구는 둘로 나뉘어 영도구와 서구로 편입된 상태다. 하지만 정 의장이 이 같은 포부를 밝히면서 ‘국회의장 퇴임 후 불출마=정계 은퇴’라는 전임자들의 공식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 의장은 24일 이와 관련, “지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정체성이라면 나라가 밝지 않다”고도 말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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