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례안 뒤집은 520명…“당 정체성보다 밥그릇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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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 복귀 기자회견에서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중앙위원회를 거론했다. 그는 “중앙위원회에서 정체성 운운했지만, (비례대표 공천 관련)표결 결과를 보면 말과 일치하지 않더라. 아직도 더민주는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 ‘논란의 핵심’ 중앙위는
“자기들 사람 안정권 넣으려 떼써”
75명 기초단체장협이 최대 세력

김 대표의 비례대표 공천을 “셀프 공천”이라고 공격한 곳도, 표결로 당초 정한 순번을 뒤바꿔 놓은 곳도 중앙위원회다. 20일부터 21일 새벽까지 열린 중앙위 회의에선 “셀프 공천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김광진 의원), “ 정의당에 비례를 주라는 얘기가 있다”(기춘)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중진의원은 “정체성이 아니라 각자 지역·직군별로 떼를 쓰는 수준이었다”며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모임)·실버(노인)위원회·청년위원회 등에선 자기가 내세운 후보를 비례 안정권에 넣으려고 경쟁하듯 공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회의에서 신정훈 농어민위원장이 ‘나는 떼쓰지 않겠다’고 발언해 오히려 화제가 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중앙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현역의원, 광역·기초단체장 등 520명(23일 현재)으로 구성돼 있다. 당연직 위원들 중 현역의원을 제외하고 가장 큰 조직은 시장·군수·구청장이 모인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다. 75명으로 1980년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 출신인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회장이다. 한 당직자는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는 사전 회의를 하고 오는 등 단결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당 직능대표자회의와 여성·노동·노인·청년·대학생·장애인·농어민 등 각급 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들로도 구성된다. 특히 노동위원회는 40여 명을 추천할 수 있게 돼 있어 당내 위원회 중 가장 많다. 이용득 노동위원장은 23일 비례대표 안정권인 12번을 받았다.

반면 위원 수가 적은 노인(송현섭)·을지로(조순옥·인태연)·청년(장경태·김국민 등)위원회는 자신들이 내세운 비례 후보들을 당선권에 배치시키는 데 실패했다. 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각 분야 많은 사람이 자기 밥그릇을 찾겠다고 하는데 나라도 전체를 생각해야겠더라” 고 말했다.

이지상·위문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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