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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불법 선물투자 사이트, 조직원의 경찰청 사칭 문자에 덜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불법 선물투자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업체 사장과 직원들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조직 총책에게 앙심을 품은 부하직원이 경찰을 사칭한 문자를 사이트 회원들에게 대량으로 보낸게 수사의 단초가 됐다고 합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김모(42)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직원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김씨 등이 인터넷 증권방송을 운영하며 회원을 모집한 뒤 코스피200지수 선물에 투자하는 불법 사이트에 가입시켜 총 46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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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도

수사는 지난해 10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IT금융범죄수사팀(현 사이버테러수사2실)으로 여러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전화를 건 이들은 하나 같이 “인터넷 선물거래 사이트를 단속하는게 사실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모두 ‘○○인터넷 선물거래 사이트가 단속됐으니 전액 출금하세요’란 문자메시지를 받았던 겁니다. 수상쩍은 생각에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인터넷 사이트가 실제로 존재하는게 확인됐습니다. 코스피 200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나는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였습니다. 증거금을 내는 등 제한된 여건에서만 가능한 실제 코스피 선물 투자와는 별개인 일종의 불법도박 사이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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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문자

도박사이트를 만들고 직원들 고용해 운영해온 것은 김모씨였습니다. 김씨는 2014년 중반 서울과 경기도 등지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이후 인터넷 증권방송을 설립해 유명연예인을 모델로 고용해 홍보했습니다. 여기에 가입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김씨는 ‘선물거래가 가능한 수익률 높은 사이트’라며 자신이 만든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습니다. 가입만 하면 500만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제공한다는 얘기에 600여명이 해당 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자체 제작한 거래툴인 HTS도 제공했습니다.

사이트는 승승장구했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고객은 협박을 통해 탈퇴시키며 수익률을 관리한 덕분입니다. 이를 통해 김씨를 비롯한 조직 내 고위급은 매달 2000여만원,일반 종업원들은 450만원 가량의 돈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았습니다. 이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은 약 46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달 초 경찰이 압수수색한 김씨의 자택에서는 5만원권 현금 3억 1000만원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사이트는 조직원 조모(40)씨가 김씨에게 앙심을 품으면서 꼬리가 잡혔습니다. 조씨는 김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경찰을 사칭하는 문자메시지를 회원들에게 발송했습니다. 회원들이 겁을 먹고 자신의 돈을 출금하면 사이트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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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로인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조씨를 포함해 일당들이 대거 검거되면서 불법도박사이트는 문을 닫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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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S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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