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네트워크 뚫어라" 머리 싸맨 직장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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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2 딸을 둔 학부모 김모(36·서울 양천구)씨는 “지난해 엄마들의 ‘반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더니 애가 외톨이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3월 중순 학부모총회를 기점으로 같은 반 엄마들의 모임이 시작되는데 김씨는 둘째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엄마가 못끼면 아이도 외톨이 돼
1년 휴직하고 단짝 엄마 만들기도

김씨는 “방과후에 엄마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아이들도 함께 놀게 되는데 내가 못 가니 아이도 친구들과 못 어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급 대표 엄마가 자기 애 생일파티를 열어 반 애들 대부분을 초대하면서 김씨의 딸과 서너 명만 쏙 빼는 일도 있었다. 그는 “딸이 순진하게 ‘나도 초대해줘’ 했더니 상대 아이가 ‘우리 엄마가 너는 안 된데’ 하고 거절해 애가 울면서 집에 왔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들 모이는 자리에는 악착같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엄마 네트워크에 낄 것인가. 해마다 이맘때면 새내기 초등생을 둔 직장맘들의 고민이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엄마 사이 친소 관계가 아이의 교우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학교생활이나 학원에 대한 정보도 엄마 모임에서 교류되곤 해 김씨처럼 엄마가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 모임은 보통 학부모총회에서 반 대표·임원 엄마를 뽑으면서 구성된다. 이후 단체 카톡방이나 밴드에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어진다. 이 모임은 엄마들의 적응 스트레스를 더는 데 도움을 준다. 주부 박상희(40·경기도 성남시)씨는 “처음 학부모가 돼 어리바리했는데 엄마 모임에서 만난 다른 엄마들과 서로 의지한 덕분에 애도 나도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맘들은 다양한 작전을 펴기도 한다. 이모(39·여)씨는 “애 1학년 때 휴직계를 내고 온갖 모임에 다 따라다닌 끝에 단짝 엄마들을 여럿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교수인 한 초등맘은 “애가 1학년 때 반 모임을 주도하는 엄마와 친해지려고 그 엄마의 병원 민원을 몇 번 해결해 줬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울릴 시간이 없는 나로선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엄마 네트워크의 부작용도 적잖다. 초3, 초1 두 아이를 둔 정모(37·경기도 안양시)씨는 “큰 애가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같은 반 엄마들과 카페에서 ‘엄브(엄마 브런치 모임)’를 자주 했다”며 “언젠가부터 학력·월수입·집평수 등 ‘호구조사’를 시작하면서 위화감이 생겨 안 가게 됐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대화는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정씨는 “아이들끼리 ‘○○네 집은 몇 평이고 전세다’ ‘○○ 엄마는 지방 대학을 나왔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봤다. 그게 누구 입에서 나온 얘기겠느냐”고 반문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김기찬·박수련·이에스더·김민상·황수연·정종훈·노진호 기자, 이지현(서울여대 국문4)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공동취재=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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