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이어온 126년 가업, 도토리묵으로 ‘명인’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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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식품 김영근 대표가 양조장에서 도토리 술을 들고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군 판교면 일대가 도토리 식품 특화 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도토리 식품 명인이 다양한 가공 식품을 개발·공급하고 서천군은 도토리 나무를 길러 농가에 보급하기로 해서다.

서천군 농민식품 김영근 대표
100% 국산, 매년 30억~40억 매출

판교면 농민식품 대표 김영근(64)씨는 해마다 도토리묵을 만들어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식품 명인은 식품 제조·가공·조리 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하거나,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사람 가운데 선정한다.

김씨는 3대째 도토리묵을 생산하고 있다. 할아버지(1960년 별세)가 1890년부터 묵을 본격적으로 쑤기 시작했고, 김씨는 75년 가업을 이어받았다. 원료로 사용하는 도토리는 100% 국산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도토리의 70%(1500t)는 김씨가 사들인다. 김씨는 “도토리 성분인 타닌이 중금속을 해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황사가 자주 발생하는 요즘 도토리 식품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양한 묵 가공식품 개발에 나섰다. 최근 내놓은 게 도토리 술이다. 이 술은 도토리를 곱게 갈아 끓인 다음 대부분의 분말 성분을 걸러냈다. 분말이 8.3% 정도 남아있는 물에 누룩을 넣고 100일 정도 발효했다. 알코올 도수 16도인 이 술은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6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김씨는 도토리 차와 음료수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서천군은 판교면 일대 야산 4만5000㎡에 2012년부터 도토리 나무를 기르고 있다. 군은 내년부터 농가에 이 나무를 분양할 계획이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대표적인 전통식품으로 쓰이는 도토리를 서천의 대표 작목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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