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젊은 나이 잘못된 선택으로 14년 입국금지…병역기피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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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논란으로 10여년 간 국내 입국이 거부되고 있는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ㆍ39)씨가 “미국 시민권 취득 당시 병역 기피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4일 유씨가 미국 로스앤젤러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재외동포 비자 (F-4)를 발급해달라”며 낸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유씨 대리인은 “유씨가 한번도 병역기피 논란에 대해 차분하게 해명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14년 간 국내 입국이 금지되고 있다”면서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일반적인 케이스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유씨 측은 “유씨는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가 생활 터전이 미국에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갈팡질팡하다가 미국에 살고 있는 가족의 설득에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당시 유씨가 가계를 혼자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도 했다. 당시에는 군에 입대할 경우 미국 영주권을 상실하도록 돼 있어서 가족을 미국에 둔 유씨로서는 시민권 취득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유씨 대리인은 “젊은 나이에 잘못된 선택으로 십여년 간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온갖 비난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영구 입국 금지한 사례는 유승준이 유일하다”고도 했다. 유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했던 부분도 “기자와의 사적 대화가 본인이 자원했다고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피고로 나선 정부 측은 “명백한 병역기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측은 “국적법상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순간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되는데 유씨는 한국 국적을 상실한 후 곧바로 재외동포 자격으로 비자를 신청해 한국에서 영리활동을 하려했다”면서 “가족들의 (군 입대)반대가 극심했다는데 성인 남성으로서 자기 결정권을 상실한 상황도 아니었고 본인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2002년 유씨의 문화방송(MBC) 인터뷰 영상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을 했다. 당시 유씨는 인터뷰에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미국 시민권을 따면 이뤄질 수 있다. 미국에서 살고 있던 사람이어서 자연스레 신청한 것이다” “2년 반 동안 공익근무를 하면 나이가 서른이다. 댄스 가수의 생명이 짧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등의 언급을 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병역 기피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씨가 사증 발급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도 다뤄졌다. 정부 측은 “유씨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사증 거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유씨 측은 “단순 외국인이 아니라 재외동포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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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측은 또 “가족들이 설득했던 상황을 설명하겠다”며 아버지 유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부 측은 “유씨 아버지의 일방적 주장이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한 차례 변론기일을 더 열기로 했다. 자료 검토 후 유씨 아버지에 대한 증인심문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편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지난 2001년 8월 7일 대구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를 받아 보충역(4급) 판정을 받았다. 2002년 1월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상태에서“일본 공연에 참석한 뒤 미국에서 가족을 만나고 오겠다”며 출국해 그해 1월 14일에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했다.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하면서 병역 의무도 지지 않게 됐다. 법무부는 국내 입국하려던 유씨를 상대로 2002년 2월 1일 입국 금지 처분을 했다.

이유정ㆍ정혁준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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