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이가 파산이었다니…미성년 연대보증 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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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인기를 끈 배우 박보검(23·사진)씨가 미성년자 연대보증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세 때 부친 빚 보증, 작년 풀려
“민법 고쳐 미성년자 원천 제한을”

박씨는 만 15세인 2008년 아버지가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 A사를 위해 연대보증을 섰다가 2014년 11월 S대부업체로부터 빚을 갚으라는 소송을 당했다. 애초 2억9000만원이었던 빚은 6년 만에 7억9600여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박씨가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에 개인 파산·면책 신청을 내자 S사는 그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S사의 동의를 거쳐 박씨의 파산 절차를 종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상 친권자(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있으면 미성년자도 연대보증을 설 수 있다. 배우 박씨도 아버지가 법정 대리인으로서 박씨를 대신해 연대보증 계약을 했다.

 법원 관계자는 “영세 사업자는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녀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연대보증의 경우 일반 보증과 달리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채무자를 대신해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위원회는 2012년부터 은행이 개인 사업자나 법인에게 대출 시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제2금융권과 사채 시장에서는 암암리에 연대보증이 이뤄지고 있다.

 법원은 부모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자녀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운 경우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수원지법은 사업상 지인에게 6800만원을 빌리면서 만 11세 아들 B군을 연대보증인으로 서게 한 C씨 부부 사건에서 “B군의 연대보증 채무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친권자인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이해 관계에 반하는 계약을 할 때 법정 대리인으로 나서서는 안 되고 별도의 ‘특별 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며 “C씨 부부가 B군의 법정 대리인으로 직접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한 만큼 계약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파산 전문 김관기 변호사는 “폐해가 적지 않은 만큼 민법을 개정해 미성년자의 연대보증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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