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봉중근, 올 시즌 선발 투수로…달라지는 LG 마운드

중앙일보

입력

 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V자' 턱선이 도드라질 만큼 얼굴이 핼쑥해졌다. 시커멓게 자란 수염은 턱밑을 뒤덮었다. 미국의 사막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겨우내 구슬땀을 흘린 LG 트윈스의 베테랑 투수 봉중근(36·LG 트윈스)이다.

지난 4년간 LG의 뒷문을 책임졌던 봉중근은 올 시즌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5선발 자리를 놓고 후배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주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그는 2013년(38세이브)과 2014년(30세이브),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거두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졌고, 제구도 흔들렸다. 특유의 자신감까지 사라지면서 실투도 늘어났다. 블론세이브를 5개나 기록하면서 머쓱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봉중근의 추락은 곧 LG의 추락이었다. 지난해 5월을 9위로 마감할 때만 해도 양상문(55) LG 감독은 반등을 자신했다. 봉중근이 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팀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꿴 대가는 컸다. 시간이 흘러도 봉중근은 그대로였고, LG의 순위도 그대로였다. LG의 희망이 사라진 8월 말, 봉중근은 선발 투수로 변신을 선언했다. 마무리 투수의 '직업병'인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었던 탓이다.

시즌 막판 두 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테스트를 거친 그는 일본 고치에서 치른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단 한 순간도 꾀부리지 않고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한 그는 마무리 훈련이 끝나자마자 사이판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40여 일의 스프링캠프도 거뜬히 소화했다.

노장 봉중근은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과 근력 운동으로 체지방률을 19%에서 9%로 줄였다. 높은 타점을 유지하던 팔도 오래 던지기 위해 아래로 조금 내렸다. 봉중근은 "20대 때 가장 좋았던 몸 상태를 회복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체중이 8㎏ 정도 줄었다. 이렇게 많이 뺄 생각은 아니었다. 현재 체중을 유지하다 시범경기 때 3㎏ 정도 늘려 체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훈련 과정을 지켜본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은 이제 선발 투수라고 봐야 한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노력 만으로는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 없다. 시속 150㎞를 넘나들었던 그의 직구 스피드는 10㎞ 정도 느려졌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능력이 필수적이다.

봉중근의 변신은 LG 마운드 재편의 핵심이다. LG는 헨리 소사(31)·우규민(31)·류제국(33) 등 기존 투수들로 선발진을 꾸린다. 추가로 영입 예정인 외국인 투수 한 명과 봉중근이 4·5선발을 나눠 맡으면 경쟁력 있는 선발 로테이션을 갖출 수 있다. 봉중근이 맡았던 마무리 투수 자리를 놓고 정찬헌(26)과 임정우(25)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친 양상문 감독은 빠르고 젊은 선수 위주로 야수진을 개편했다. 정주현(26)·강승호(22)·이천웅(28) 등 기대했던 선수들이 연습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선수들이 기대대로 성장하고 선발 투수진도 안정을 찾는다면 올해 LG의 전력을 무시할 수 없다.

봉중근은 "최근 70~80개씩 공을 던지고 있다. 페이스가 너무 빨리 올라왔는데 정규시즌(4월 1일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겠다. 올해는 팀도 웃고, 나도 웃을 수 있는 시즌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