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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암행어사’ 출두…암행순찰차 시범운행 첫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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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순찰차가 경부고속도로에서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표지가 붙어 있지만 얼핏 보아 일반 차량과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 김성룡 기자

안전하게 하위차로로 나오세요. 속력 줄이세요. 경찰입니다.”

1일 오전 11시쯤 경부고속도로. 일반 차량 틈에 섞여 달리던 검은색 승용차가 순식간에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검은색 승합차 옆으로 달라붙었다. 승용차 차창이 열리고 형광색 유니폼을 입은 경찰들이 경광봉을 흔들었다. 차량 후면 전광판에는 불이 들어오며 문장이 나타났다. ‘경찰입니다. 정차하세요.’ 경찰청이 1일부터 시범 운행하기 시작한 '암행순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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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순찰차의 뒷 모습. 오른쪽 무전기 안테나를 제외하면 일반 차량과 흡사한 모습이다. 김성룡 기자

암행순찰차의 안내에 따라 승합차는 간이버스정류장 앞에 세워졌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려면 차 안에 6명 이상이 타고 있어야 하는데 이 차 안에는 운전자 채모(44)씨와 어머니 두 명뿐이었다. 채씨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면허증을 내밀었다. “이렇게 생긴 경찰차는 처음 봅니다. 단속차량이 있는 줄 알았으면 차선을 바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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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순찰차는 경찰복을 입은 경찰관이 2인 1조로 탑승하고 갓길 주행, 난폭운전 등을 단속한다. 김성룡 기자

1일 경부고속도로 양재IC에서 신탄진IC 사이 134km 구간에는 암행순찰차 2대가 투입됐다. 암행순찰차는 보닛과 앞좌석 양쪽 문에 자석으로 경찰마크가 부착돼 있지만, 80~100km/h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이를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검은색 승용차에 가깝다. 하지만 차량 내부에는 빨간불과 파란불이 번갈아 들어오는 경광등이 숨어있고 무전기가 장착돼 있다. 경찰관이 2인 1조로 탑승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바로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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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차량 발견시 차량 안쪽에 내장된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단속에 나선다. 김성룡 기자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총 9대의 차량이 단속에 걸렸다. 버스전용차로 위반 7건, 지정차로 위반 1건, 휴대전화 사용 1건 등이었다. 재물손괴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수배 중이던 김모(45)씨도 붙잡았다. 경찰은 시범운행 첫날인 만큼 적발된 운전자들에게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전광판 보이시죠? 암행 단속 중이었습니다. 앞으로 고속도로에서 자주 보시게 될 겁니다.” 암행순찰차는 이번달부터 6월까지 경부고속도로에서 시범운행을 한 뒤 연말엔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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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뒤쪽 전광판에는 `경찰입니다. 법규 위반 단속중입니다. 우측으로 이동하세요`라는 글이 나타난다. 김성룡 기자

경찰은 암행순찰차 도입으로 난폭·보복 운전과 갓길 주행 등 경찰의 눈 앞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 고질적인 교통법규 위반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고속도로 순찰대 부대장 문숙호 경감은 "운전을 할 때마다 주변에 알게 모르게 경찰이 있다고 생각하면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의식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암행순찰차가 추구하는 단속 효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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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 차량을 적발한 암행순찰차가 법규 위반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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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순찰차가 버스전용차로 주행 규정 위반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뒤 단속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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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내부에 부착돼 있는 경찰 스티커와 무전기.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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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순찰차는 오는 6월까지 경부고속도로에서 시범 운행을 거쳐 연말엔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된다. 김성룡 기자

글=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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