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때 ‘구름 씨앗’ 뿌려 인공 눈 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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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설 실험 모습. 연소탄을 터트려 구름 씨앗이 될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 국립기상과학원]

25일 강원도 대관령 중턱에서 폭발음이 났다. 하얀색 연기도 솟구쳤다. 이곳은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리선도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군 알펜시아에서 직선거리로 6㎞ 떨어져 있다. 연구센터는 이날 연소탄을 터뜨렸다. 연소탄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로 ‘구름 씨앗’을 만들기 위해서다.

대회 2년 앞두고 대관령서 실험
“강설량 늘리면 성공 개최에 도움”

 이 연구센터는 2006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인공강설(강우) 연구소다. 겨울올림픽을 2년 앞두고 인공강설 실험이 진행됐다. 평창군 일대는 2월 한 달 동안 평균 25일 눈에 덮여 있어 대회 진행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위해 이날 실험이 계획됐다.

임장호 올림픽조직위 기후기상팀장은 “인공강설을 통해 강설량을 늘리면 대회 성공 개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관령 일대에 오후부터 눈이 내려 실험 성공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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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강설 원리는 단순하다. 우선 수분이 풍부한 구름이 하늘 위에 떠 있어야 한다. 이 연구센터 장기호 박사는 “구름이 없는 상태에서 눈이나 비를 내리는 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분을 품은 구름에 ‘구름 씨앗’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염화칼슘 등을 살포하면 구름 입자가 뭉쳐 떨어지게 된다. 연구센터가 대관령에 자리를 잡은 건 동해를 거쳐 유입되는 수분을 품은 구름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이다.

 인공강설 실험은 지상연소기와 항공기를 활용한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응용기상연구과장은 “항공기를 이용한 인공강설 실험 성공률은 43%인 반면 지상연소기를 활용한 방법은 성공률이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항공기를 활용한 인공강설 실험에선 평창군 일대 100㎢ 지역에서 평균 1㎝ 눈이 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지상연소기를 활용한 인공증설 실험에선 같은 지역에서 0.6㎝ 눈이 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의 기술은 중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1958년 첫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개막식 때 곡사포 수백 문을 동원해 ‘소우탄(消雨彈)’를 쏘아 올려 하늘 위 비구름을 없앴다. 개막식 때 비가 내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기상청은 올해 연말 다목적 기상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올림픽에 앞서 인공강설 실험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평창=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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