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달러, 당 지도부에 전달된 걸로 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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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문희상 의원(앞쪽부터) 등 야당 의원들이 16일 국회 본 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관한 연설’이 끝나자 일어서 있다. 문 전 대표와 문 의원은 박수를 쳤지만 나머지 다른 의원들은 치지 않았다. [사진 강정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의 절반 이상을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에 핵 포기 압박
“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은
핵 개발 돈줄 끊기 위한 것”
“박 대통령, 북핵 위기감 느껴
지금이 포기시킬 마지막 기회”

박 대통령은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줄을 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개성공단 자금 전용(轉用)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통해 작년에만 1320억원이 들어가는 등 지금까지 총 6160억원의 현금이 달러로 지급됐다”며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곤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게 되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속되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그동안 “정부가 (전용 의혹)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12일 정부 합동브리핑), “개성공단 유입자금의 70%가 북한 노동당 서기실과 39호실로 상납됐고 이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14일 KBS ‘시사진단’ 출연)고 했다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선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얘기한 것은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물러서 발언 번복 논란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이 대목을 다시 언급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계획경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 달러의 당 유입과 무기 개발 전용 가능성은 상식적인 추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적 증거가 아닌 간접적 추론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회원국에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현금 등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 위반 아니냐는 논란을 종식시킨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그동안 “정부가 북한의 자금 전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유엔 결의안을 어긴 것 아니냐”고 비판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도 “홍 장관이 자료가 있다고 하는 바람에 오해를 샀는데 대통령이 말한 ‘파악된다’ 수준이 정확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 연설을 요청한 이후 직접 원고 작성 작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시간이 흐르면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할 것이란 극도의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일각에서 대통령이 ‘분노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절대 위기감에서 나온 글과 표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지금이 북한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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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운영이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키고 한반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개성공단 문제에서 정부의 후진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했다.

글=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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