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뒷다리 잡았다” 최경환, 유승민에게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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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30일 대구 북구 하춘수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최 의원은 “대통령이 발목 잡힌 정도가 아니라 발목이 부러질 정도”라며 “대구만이라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줄 오른쪽부터 최 의원, 서상기·조원진?홍지만 의원. [프리랜서 공정식]

“최경환! 최경환!”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대구시 북구 복현동 새누리당 하춘수(북갑)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300여 명의 당원이 연호를 시작했다. 빨간색 점퍼 차림의 최경환 의원이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대구 진박 후보 개소식 찾아
“야당이 대통령 발목을 잡을 때
대구 의원들은 어디 있었나”
유승민은 “입 다물고 참겠다”

“하춘수, 하춘수 해야지 이러면 되겠어요? 이 자리에 서면 대선에 나가도 되겠어요(하하하).”

이날 최 의원은 10분가량 농담을 섞어 하 예비후보를 소개했다. 그러던 최 의원이 “이 자리에 선 김에”라며 정색하고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요새 뭐 (친박 후보 때문에) 억울하다고 하는 분들, 4년 전 (국회의원) 선거가 어땠나. 다 (당시엔) 갑자기 내려온 분들 아닌가. (주민이) 왜 찍어줬나. 너들 힘 합쳐서 박근혜 정부 만들라고 만들어준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난 기간 대구·경북 의원들 뭐했나….” 그 순간 주변에서 “맞습니다. 옳소”라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최 의원의 TK(대구·경북) 현역 의원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 올라갔다. 그는 “(2013년) 내가 원내대표 할 때 야당이 대선 불복을 하지 않았나.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장외집회 하고 얼마나 흔들어댔느냐. 그때 대구 의원들 어디 있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야당이 매일 발목을 잡아 대통령이 죽을 지경 아니냐. 발목 잡힌 정도가 아니라 부러질 정도”라고 했다. “야당이 저렇게 잡고 있으면 여당만이라도, 특히 대구·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할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은) 법인세 올리면 안 된다고 하는데 ‘세금 올려라.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고 뒷다리를 잡았다. 오죽했으면 답답해서 김무성 대표가 ‘우리 당론 아니데이’ 이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의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인터뷰 등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해 왔다.

반면 대구 지역 예비후보 6명(속칭 ‘진박연대’)은 띄웠다.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이) 하도 답답해서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나. 나 좀 도와 달라’ 이렇게 하신 말씀이 ‘진실한 사람’, 바로 그 얘기”라며 “(진박연대는) ‘나라도 나가서 국회의원이 돼 박근혜 정부를 도와주겠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걸 가지고 뭐 진박이니 (뭐니) 마치 코미디하듯 조롱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최 의원은 하 예비후보를 시작으로 1일에는 윤상직(부산 기장) 전 산업통상부 장관, 곽상도(대구 중-남)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개소식에 참석한다. 2일엔 윤두현(대구 서구) 전 홍보수석, 3일 정종섭(대구 동구갑)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대구 달성) 전 국무조정실장 등 이른바 진박 후보들 개소식을 찾는다.

최 의원의 발언과 관련, 비박계 인사들은 “최 의원이 유승민 의원을 쳐낸 뒤 진박 후보를 많이 당선시켜 당권 도전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입 다물고 참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유 의원의 측근 의원은 “최 의원이 ‘TK 목장에서의 결투’를 신청한 것인데 분하지만 참겠다. 살아남아서 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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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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