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20> 항공 수하물 지연 사고 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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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30분 넘어도 짐 안 나오면 항공사에 보상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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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항공연구기업 SITA가 2014년 발표한 국제선 항공 위탁 수하물의 사고 확률이다. 항공 승객 1000명 중 7명이 수하물 분실, 도착 지연, 파손 같은 사고를 겪는다는 말이다. 매우 낮은 확률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 3일 인천공항에서 초유의 수하물 대란이 발생했다. 수하물 약 5200개를 싣지 못했고, 항공기 159편의 출발이 지연됐다. 이번 사고는 수하물 처리 시스템이 고장 나 불거진 것이어서 인천공항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항공 수하물 사고의 대부분은 항공사 측 잘못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수하물 사고가 일어나면 대부분 항공사가 보상 주체가 된다는 뜻이다.

항공 수하물 사고의 80% 이상이 지연 도착 사고다. 공항의 수하물 찾는 곳에서 30분 이상 기다려도 짐이 나오지 않으면 수하물 데스크에 나와 있는 항공사 직원에게 신고해야 한다. 수하물 표를 보여주면 직원이 수하물의 위치를 추적해준다. 전 세계의 모든 항공사가 수하물 추적 시스템을 공유한다. 수하물이 늦게 도착하는 사고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탔고, 갈아탄 비행기의 항공사가 다를 경우 마지막에 탑승한 항공사에 보상을 요구하면 된다.

지연 사고가 확인되면 신고서를 작성한다. 이때 몇몇 항공사가 현장에서 ‘지연 보상비’를 챙겨준다. 짐이 도착할 때까지 승객이 겪을 불편을 고려한 보상비다. 50~100달러 수준이다. 세면도구·속옷 등 일용품을 구입한 뒤 영수증을 증빙하면 나중에 환급해주는 항공사도 있다. 뒤늦게 도착한 수하물은 신고서에 적은 주소로 보내준다.

탑승 좌석에 따라 보상비를 차등 지급하는 항공사도 있다. 일반석 100달러, 비즈니스클래스 200달러, 퍼스트클래스 300달러, 이런 식이다. 차등 지급은 억울하지만 이마저도 승객이 요청하지 않으면 챙겨주지 않는다. 보상 정책은 항공사마다 천차만별이다. 항공사의 오리발이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는 후일담이 인터넷에 허다하다.

보상비를 항상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착지에 따라 보상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가령 한국인이 연고가 없는 해외 공항에서 사고를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이 국내 공항에서 사고를 당하면 보상을 안 해준다. 연고지역에서는 당장 수하물이 없어도 괜찮지 않느냐는 논리다.

이런 일도 있었다. 몇 해 전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옆자리에 탔던 싱가포르 승객의 수하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항공사에 “당장 입을 옷이 없다. 보상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항공사 직원의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싱가포르 승객이 “변호사”라고 신분을 밝혔다. 그러자 항공사는 황급히 100달러를 챙겨줬다. 보상비 요구는 당당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수하물 사고가 또 있다. 다른 승객이 실수로 짐을 바꿔가는 사고다. 이 경우는 엄격히 말해 수하물 사고가 아니다. 승객과 승객의 문제이므로 항공사와 무관한 해프닝일 따름이다.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가방에 이름표나 리본 등 표식을 붙여놓는 게 좋다. 다음 회에서는 수하물 분실과 파손 사고 대처법을 소개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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