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두리가 금수저? 그럼 나는 흙수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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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축구선수, 차범근 스포츠해설가. [사진 중앙포토]

차붐의 집은 서울 평창동 북한산 자락에 있다.

차범근 감독(현장을 떠났지만 그는 차 감독으로 불리는 걸 자연스러워 한다)은 건강이 나빠져 고생한 부인 오은미 여사를 위해 3년 전 공기 좋은 이 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기존에 있던 집을 헐고 3층을 올려 두 아들(두리, 세찌)과 함께 산다.

오 여사가 부지런히 점심을 준비했다. 정갈한 떡국이다. 차 감독 집 점심상에는 늘 손님들이 북적댄다.

식후에 커피를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차붐과 두리가 운동을 하는 곳이다. 소형 헬스클럽이라 해도 될 만큼 기구가 다양하다. 지난해 은퇴한 차두리의 근황을 묻자 독일로 코치 연수하러 갔단다.

A지도자 자격증 코스를 밟고 있어요. 독일에서는 1년간 꼬박 준비해서 따야 하거든.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차두리 얘기가 나오자 ‘금수저론’에 대해 묻고 싶어졌다. 차두리는 스포츠계에서 공인된 금수저 아닌가.

두리가 금수저라고? 그럼 나는 흙수저네. 허허.

난 지독히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지요. 다 자기 운이고 자기 노력이기도 해요.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면 일시적으로 좋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본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서 금수저가 다시 흙수저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두리에게도 엄마가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남에게 금수저 소리를 안 들으려면 스스로 노력을 더 해야 하고, 그런 환경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인지 차두리는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가졌다는 평판을 들으며 선수 생활을 마쳤다.

최고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는 게 부족한데 두리는 그렇지 않아서 참 감사해요.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두리를 정말 신뢰한다는 걸 느꼈지요. 아주 깊은 얘기까지 다 의논을 했더라고요.”

차 감독은 아들 두리를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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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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