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브라질 등 24개국 여행 자제령…소두증 유발 바이러스에 세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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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현지시간)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미주 대륙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 미주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가 캐나다·칠레 등을 제외하고 미주 대륙 21개 국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처음 확인된 후 감염 국가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WHO는 미주에서 이집트 숲 모기의 번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사람들의 지카 바이러스 면역력이 낮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질병관리본부도 26일 임신부에 대해 “최근 2개월 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국가로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감염 발생 국가는 총 24개국이다. 브라질·멕시코·베네수엘라·콜롬비아 등 중남미 21개국과 아시아(태국)·아프리카(카보베르데)·태평양섬(사모아) 등이다. 최근 9개월 내 감염 발생국을 보면 몰디브·피지 등 신혼 여행객이 몰리는 지역도 포함돼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주 대부분 국가에서 이집트 숲 모기가 발견된 만큼 임신부는 미주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영국·프랑스·대만에선 감염 환자가 외국에서 입국해 격리 조치했다. 현재 국내에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거나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는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해외에서 감염자가 입국할 경우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전국에 지카 바이러스 진단 시약도 배포된다.

지카 바이러스는 주로 ‘이집트 숲 모기’에 물려 감염되나 성 접촉이나 수혈 등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감염되면 3일~2주 내 발열·관절통·구토 등 가벼운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감염자도 80%에 이른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마시면 대부분 완치한다. 문제가 되는 건 임신부가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브라질에서 지난해 5월 이후 3800여건의 소두증 신생아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WHO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특히 임신부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곳에 여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약국에서 파는 모기 기피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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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정·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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