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일본 기행] 나카소네 前총리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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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의 장기 비전은 문화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를 회복하고,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붕괴되는 교육을 재건하며, 헌법을 개정하는 것 등이 중요 과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982~87년.사진)전 일본 총리는 '일본의 바람직한 장기 국가비전'을 이같이 말하면서 "현 상황에선 경제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의 고민에 대해 "1991년 냉전이 끝난 후 세계가 혼란스러워지면서 각 나라가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나설 때 일본은 잘못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90년대 정치.경제.사회 등 세개의 버블이 붕괴돼 정치에선 내각이 열번(총리 8명) 바뀌고, 경제에선 부실 채권을 중심으로 자산 불황이 발생하고, 사회에선 범죄 증가와 교육 문제가 등장했다"고 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버블 붕괴 후 기성세력이 무너지고 국민이 모래알이 됐다. 집단이 아닌 개인중심 시대가 열리면서 그 흐름에 부응하고 구조개혁을 내세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내각이 탄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 "구조개혁 속도가 매우 늦고 경제정책을 잘못하고 있는 데다 21세기의 새로운 일본의 길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개헌을 주장해온 그는 "헌법 개정 찬성여론이 60% 가까이로 높아졌다"며 "현행 헌법은 태평양전쟁 후 미 군정이 점령정책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안보를 지나치게 외국에 의존케 만들어 독립자존국가의 헌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개정을 주변국가에 대한 침략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미래에 대해 "오랜 역사.정신.경제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정치만 잘하면 국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이 차지해야 할 자리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지난 2월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제안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국.중국.일본의 각료 또는 정상협의회를 제도화한 후 아세안과 함께 '10+3'을 만들도록 한.일이 노력하자. 우선 경제협력기구로 시작해 자유무역기구(FTA)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더니 盧대통령도 찬성했다는 것이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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