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호남 갈등? 화개장터 어찌하오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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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화재로 기존 점포가 불타자 하동군이 예산 25억원으로 새로 건립한 화개장터의 모습.[사진 = 하동군]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가수 조영남의 대표곡인 ‘화개장터’의 노랫말이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경상·전라도 상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영호남 화합 장터’로 불렸다.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호남 상인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2014년 11월 화재 이후 새로 마련된 점포에 입점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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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화재로 기존 점포가 불타자 하동군이 예산 25억원으로 새로 건립한 화개장터의 모습.[사진 = 하동군]

화개장터는 2014년 11월 27일 한옥형태의 상점 40여 개가 불탔다. 이에 하동군은 예산 25억원으로 새로 한옥형태의 상점 82개를 마련했다.

그리고는 22일 새 입점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호남 상인 6명(광양시 5명·구례군 1명)은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하동군이 2008년에 만든 ‘화개장터 운영규정’을 처음 적용한 때문이다. 이 규정은 ‘하동군에서 3년 이상 실제 거주해야 입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호남상인들이 주소지만 하동으로 옮겨 놓고 실제로는 광양·구례에서 출퇴근하는 등 호남에서 거주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호남상인들이 장사를 해왔다는 점. 이들은 2007년부터 화개장터의 길에서 무허가 노점을 하며 약재·농산물 등을 팔았다. 또 2013년 화개장터가 정비되면서 한옥형태의 점포를 하나씩 얻어 하동군에 연간 3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영업을 계속했다. 하동군이 지난 3년간 호남 상인의 영업을 인정해온 것이다.

이들 호남상인들은 “지금까지 영업을 허용해놓고 인제 와서 새 점포가 마련되자 장터의 역사·상징성을 외면한 채 추첨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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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화재로 기존 점포가 불타자 하동군이 예산 25억원으로 새로 건립한 화개장터의 모습.[사진 = 하동군]

이에 대해 김병수 하동군 시설운영관리 담당은 “군비가 투입된 공공시설물의 사용은 지역주민을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고 점포 수가 적어 이번에 그 규정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추첨에서 하동상인 4명은 사전 탈락했고, 추첨에서도 12명이 떨어졌다. 김 담당은 “하동 상인도 불이익을 당하는 마당에 호남 상인의 편의를 봐주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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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화재로 기존 점포가 불타자 하동군이 예산 25억원으로 새로 건립한 화개장터의 모습.[사진 = 하동군]

이달 말까지 점포 6개를 비워야 하는 호남 상인들은 하동군을 찾아 최근 재입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호남 상인들의 반발이 일자 하동군은 화개장터의 상징성을 고려해 광양시와 구례군에 점포 1~2개씩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화개장터 활성화와 영호남 화합차원에서 광양시·구례군과 대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동=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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