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포시스, 에이스 46개 윔블던 타이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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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의 제왕'이라는 앤드리 애거시(33.미국.세계랭킹 1위)도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짧은 백스윙으로 라켓을 갖다댔으나 공은 하늘로 떠오르더니 관중석앞에 떨어졌다. 마크 필리포시스(27.호주.48위)의 위력적인 포핸드 스트로크였다.

'스커드(scud)' 필리포시스가 돌아왔다. 필리포시스는 1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9백37만3천9백90파운드, 약 1백89억원) 남자단식 4회전에서 세계최강 애거시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6-3, 2-6, 6-7, 6-3, 6-4)로 꺾고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4년만의 인간승리필리포시스가 세계 1위 애거시를 꺾은 후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윔블던 로이터=뉴시스]
대포알 서비스 때문에 '돌풍'이라는 뜻의 스커드로 불리는 필리포시스는 최고시속 2백14㎞의 강서비스로 무려 46개의 서비스 에이스를 기록하며 애거시를 무장해제시켰다. 46개의 에이스는 1997년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가 세운 윔블던 한 경기 최다 에이스 기록과 동률이다.

필리포시스는 1m93㎝의 큰 키를 이용한 파워 서비스가 일품으로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투어에서 아홉차례 우승했고, 지난 99년 초에는 세계랭킹 8위까지 올랐던 기대주였다. 하지만 99년 윔블던에서 왼쪽 무릎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세차례 수술을 받는 등 하향세를 거듭, 2001년에는 1백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윔블던에서 꼭 4년 만에 화려하게 재기했다.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졌다. 20대 초반 긴 생머리를 머리띠로 묶고 다니던 '섹시가이'의 모습이나 흥분하다가 게임을 망치기 일쑤였던 과거의 철부지가 더 이상 아니었다.

여자단식 8강전에서는 킴 클리스터스(벨기에.2번시드)와 비너스 윌리엄스(미국.4번시드)가 승리, 4강에 올랐다.

클리스터스는 실비아 파리나 엘리아(이탈리아.27번시드)를 맞아 1세트를 5-7로 내줬으나 2, 3세트를 6-0, 6-1로 이겨 세트스코어 2-1로 역전승했다. 윌리엄스 역시 린지 데이븐포트(미국.5번시드)를 2-1(6-2, 2-6, 6-1)로 꺾었다.

한편 국내 남자 주니어 랭킹 1위로 14번시드를 받은 석현준(포항고)은 남자주니어부 단식 1회전에서 알렉스 크즈넷소브(미국)를 2-1(6-7, 7-6, 6-4)로 꺾고 2회전에 올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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