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지키려 권총 든 34세 교수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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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바차칸 대학 테러에서 희생된 이들 중엔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괴한에 맞선 교수가 있다. 바차칸 대학에서 화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시에드 하미드 후사인(34·사진) 교수다.

강의실 학생들 대피할 시간 벌어
현지 SNS ‘교육의 순교자’ 칭송

그의 영웅적 행동이 알려지면서 파키스탄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그를 순교자라 칭하며 추모하고 있다. 교육자이자 언론인인 라자 아마드 루미는 그의 사망 소식을 트위터에 알리며 ‘교육의 순교자’라 불렀다.

 이날 오전 무장괴한들이 학교로 침입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을 때 후사인 교수는 강의실에 있었다. 총성이 울리자 그는 학생들에게 건물을 떠나지 말라고 지시한 뒤 직접 권총을 들고 나섰다.

위험을 무릅쓰고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테러범을 상대로 총구를 겨눴지만 이내 테러범의 총에 맞고 쓰러졌다.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은 “테러범 두 명이 후사인 교수에게 총을 쐈다” “정확히 후사인 교수를 겨냥했다”고 AFP통신에 증언했다.

또 다른 학생은 “후사인 교수가 총에 맞아 쓰러졌고 이후 괴한들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틈을 타 도망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2014년 12월 페샤와르의 군사학교에서 150명 이상이 테러로 희생된 뒤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교실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후사인 교수가 손에 쥔 권총도 허가받은 것이었다. 앞서 교사 단체는 테러범에 맞서는 것이 교사의 일이 아니라며 이 정책에 반대해 왔다.

 맘눈 후사인 파키스탄 대통령은 그의 영웅적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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