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성토하다 끝난 당·정·청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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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당·정·청 회의가 1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 이기권 고용부 장관. [사진 강정현 기자]

19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아침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이날 공관 내 삼청당(三淸堂)에선 새해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열렸다.

원유철 “야당, 노조 업고 요지부동”
현정택 “반대할 명분·구실만 찾아”
정병국만 “여권 자기반성 병행을”
정국 파행 책임 없나 되새겨봐야

 회의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원유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장관들,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등이 두꺼운 코트 차림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빠르게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이날 회동은 시급히 다뤄야 하는 민생·경제살리기 법안,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노동 4법’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마땅한 처리 방안이 나오지 않자 정책 협의는 사라지고 초반부터 야당을 비판하는 성토장이 됐다. 전날 박 대통령이 “오죽하면 국민이 그렇게 나서겠나”며 ‘입법촉구 1000만 명 서명운동’에 참여한 여파가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원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소수의 강경 노조를 등에 업고 요지부동인 야당 앞에서 박 대통령과 여당은 기간제법을 장기적인 의제로 고민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야당은 파견법을 포함한 (노동) 4대 법안을 처리하는 데 협조하라”고 날을 세웠다.

 유 부총리도 “야당 반대로 법안이 장기간 표류해 대통령도 고심 끝에 기간제법은 나중에 통과해도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서명 정치’를 언급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동참했다”며 “그런데도 입법이 지연되는 원인은 야당이 진지한 자세로 법안 심의에 임하기보다는 명분이나 구실을 찾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야당의 법안 발목 잡기’를 비판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당 중진인 정병국 의원(4선)은 “야당에 대해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노동개혁 등의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한 여권의 자기반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정·청 회동 9시간이 지난 뒤 오후 4시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여당에 처참하게 짓밟혔다”며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선언했다.

꽁꽁 얼어붙은 한파처럼 이날 성토만 나온 당·정·청 회동이 정국을 더 얼어붙게 한 건 아닐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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