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쯔위가 흔든 대만 국기, 양안 흔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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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 입고 고개 숙인 쯔위 지난해 11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 출연 당시 출신국 국기를 흔드는 장면에서 쯔위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든 것을 친중국 성향의 대만 가수가 지난 8일 공론화하면서 중국에서 쯔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오른쪽은 15일 중국 팬들에게 동영상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쯔위. [사진 마리텔·유튜브 캡처]

‘쯔위 사태’가 지난 16일 끝난 대만 총통 선거와 맞물려 중국과 대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JYP 보이콧” 반발에
박진영 이어 쯔위도 사과문
차이잉원, 총통 당선 직후
“대만 정체성 억압, 국민 공분”
중국 “분열 행위 용납 못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대만계 쯔위(본명 저우쯔위·周子瑜)가 지난해 11월 공개된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네티즌들이 “쯔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며 JYP 활동 보이콧을 벌였고, JYP측에서 박진영에 이어 쯔위도 사과했지만 비난이 이어지며 양안(兩岸, 중국·대만)의 감정 다툼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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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인은 16일 밤 당선 확정 발표 직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16세 대만 연예인이 중화민국 국기를 든 화면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 이 사건은 대만 인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들고 외부에 일치단결시키는 것이 차기 중화민국 총통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영원히 일깨워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만의 국가 정체성과 국제사회에서의 공간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 어떤 억압도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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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중국은 대만판공실 명의의 성명을 통해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과 분열 활동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 중국의 주권과 영토 분할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을 17일 대만으로 보낸 데 이어 토니 블링컨 현직 부장관을 베이징으로 파견키로 하는 등 양안 정세 변화를 염두에 두고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대만 총통 선거는 차이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득표율은 차이 당선인이 56.1%,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후보 31.0%,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후보 12.8%로 역대 최다 표차가 났다. 민진당은 함께 치러진 입법원(의회) 선거에서도 여유 있게 과반(113석 중 68석)을 차지했다.

류멍쥔(劉孟俊) 중화경제연구원 제1연구소장은 “지난해 대만 경제성장률은 1%에도 못 미쳐 사실상의 제로나 다름없었다”며 “최근 몇 년째 계속된 극도의 경제 부진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집권 국민당에 등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쯔위 사태’는 대만 정체성과 자존심을 건드린 상징적 사건으로 비화하면서 선거 막바지 최대 이슈가 됐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17일 샤오신황(蕭新煌) 대만 중앙연구원 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을 인용, “대만 주체성을 내세운 차이 당선자가 ‘쯔위 사태’로 인해 득표율이 1∼2%포인트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타이베이·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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