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전쟁터 상하이…이랜드 아웃렛 여니 200곳서 벤치마킹 오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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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모자다. 창업 초기 출근 준비시간을 줄이기 위해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갖고 있는 모자는 200개가 넘는데 대부분 오빠인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선물했다. 박 부회장은 “매일 스스로 스타일링 한다”고 했다. [사진 이랜드그룹]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같은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 나오고, 이니스프리·헌트·난닝구·티니위니·스코필드 같은 한국 브랜드가 즐비한 곳.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창닝지구에 있는 이랜드그룹의 도심형 아웃렛 ‘팍슨-뉴코아몰’의 내부 모습이다.

이랜드그룹, 중국에 유통 1호점 개점…박성경 부회장 인터뷰
2020년까지 중국 유통점 100개 열어
한국내 매출 보다 비중 더 커질 것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에 본사가 있는 바이성(百盛·영어명 팍슨)그룹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한 데 이어 이날 중국 내 유통 1호점의 공식 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바이성그룹이 4년간 운영하던 백화점을 5개월 동안 300억원을 들여 리뉴얼했다. 팍슨이 건물과 자본금을 제공했고, 이랜드가 200개의 콘텐트로 매장을 채웠다. 명품 직매입 매장과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편집숍·외식브랜드 등으로 구성했다. 이랜드와 팍슨의 지분 비율은 51대 49다.

박성경(59)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팍슨-뉴코아몰의 그랜드 오프닝 하루 전날인 14일 상하이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최대의 유통·패션·외식 기업이 될 것”이란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1994년 중국에 처음 진출 했지만 본격적인 시장 개척은 올해가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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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팍슨-뉴코아몰’의 전경.

 -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고 백화점도 하락세다. 왜 지금 유통인가.

 “이랜드는 한국서도 패션으로 성장하다 유통으로 진출했다. 중국의 백화점과 패션 산업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걸 이런 경험으로 예측했다. 2년 전부터 중국 유통 진출과 SPA 사업을 준비했다. 차별화된 한국적인 콘텐트를 들여온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위기는 항상 우리에게 기회라고 믿는다.”

 - 기존 중국 백화점과의 차별점은.

 “상하이에만 150개의 대형 백화점이 경쟁중이다. 이젠 10억 명이 넘는 대중을 상대로 유통업을 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수의 대중을 우리 쇼핑몰로 끌어들일 것이다. 기존 상류층 고객을 위한 럭셔리관에 더해 SPA관·한류관·외식관을 구성했고, 할인 상품이나 혜택을 많이 넣었다.

중국에선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이다. 앞으로 지역과 상권, 고객의 소득 수준에 따라 상품이나 매장기획(MD)을 달리 하는 맞춤형 쇼핑몰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다.”

 지난달 19일 일부 패션관을 먼저 개장한 팍슨-뉴코아몰은 이날 기존 팍슨백화점 일 매출보다 5배 많은 1525만 위안(약 27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이랜드는 올해 10개의 유통점을 더 내고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개까지 점포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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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기간에 빠른 점포 확장이 어떻게 가능한가.

 “1호점은 처음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2호점부터는 속도가 붙어 새 매장 개장이 2~3개월이면 가능하다. 올해 목표치인 10곳은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중심으로 오픈한다. 기존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던 백화점을 우리가 새 단장하는 방식이다.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어 한 곳당 20~5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

백화점 하나를 다 채울 수 있는 외식·패션·액세서리 등 보유한 250개 브랜드도 우리의 힘이다. 지난 3일 동안 팍슨-뉴코아몰을 벤치마킹하러 찾은 백화점이 200곳이 넘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가치를 높게 사고 있다는 증거다.”

 - 또 다른 동력은 중화권 기업과의 돈독한 인맥 아닌가.

 “우리는 그들과 비즈니스보다는 가족 관계에 가깝다. 그 정도의 신뢰감을 지난 20년 동안 쌓아왔다. 팍슨·왕푸징백화점그룹이나 완다그룹 등은 우리의 제안에 대해 신뢰하고 있고, 우린 약속한 것을 어기지 않는다. 신뢰와 파트너십으로 다른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중국에서 우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 이랜드가 중국에서 성공한 요인은.

 “철저한 현지화다. 연간 5000명의 중국인 직원을 채용하고, 중국에 파견되는 직원들에게도 중국 관련 책을 100권 이상 의무적으로 읽게 한다. 장학금 지원과 장애인 의족 지원 등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주는 중화자선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인 절반은 이랜드그룹이 중국 현지 회사라고 믿을 정도니까.”

 - 한국에서의 사업은.

 “2018년엔 중국 매출 비중이 한국보다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은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시험하는 테스트 마켓이다.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행 관련 콘텐트 개발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다.”

상하이=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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