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종로 출마”…꼬여버린 김무성 총선 ‘험지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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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사진) 전 서울시장이 15일 서울 종로 출마 강행의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험지(險地·여당 약세 지역) 출마 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했음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www.facebook.com/ohsehoon4u)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명망가 수도권 배치 전략 차질
오세훈 “구민 위해 일하고 싶다”
SNS 통해 출마지 변경 거부 의사
안대희도 “험지 보내며 경선” 불만

 이 글에서 오 전 시장은 “좀 더 어려운 곳에서 야당 거물을 상대해 수도권 총선 판세를 견인해 달라는 당 대표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며 김 대표와의 만남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비공개로 만났고,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서울 구로을이나 광진갑·을 등 강북 지역 선거구를 거론하면서 지역구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구로을의 현역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고, 광진갑·을은 각각 국민의당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과 더민주 최고위원인 추미애 의원이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이런 고민을 전한 뒤 바로 “종로를 비롯한 도심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는 생각과 강남북 균형발전의 핵심은 종로라는 판단에서 선택한 종로였다”고 종로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이유를 다시 설명했다.

그러곤 종로구 무악복지센터에서 열린 종로구민들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넬라 판타지아’ 독창을 듣는 순서에 이르렀을 때 문득 마음이 정화되며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썼다. 우회적이지만 종로를 떠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오 전 시장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이제 고민이 거의 마무리돼 간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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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최근 논란을 빚은 ‘총선 180석 발언’에 대해 “180석을 얻게 될 거란 발언이 아니라 ‘180석을 달라고 국민께 호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회의장에서 김정훈 정책위원회 의장(왼쪽)과 귓속말을 나누는 김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오 전 시장의 종로 잔류 선언으로 ‘명망가 험지 차출카드’를 수도권 총선 전략의 근간으로 삼으려던 김 대표의 구상은 엉키게 됐다. 앞서 김 대표는 부산 해운대에 출마하려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부산이 아닌 마포갑 등 서울 강북 지역 출마를 검토하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마저도 말끔하게 정리하진 못한 상태다.

마포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이 “명분 없는 낙하산 공천 시도”라며 발끈하고 나서서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 대표가 안 전 대법관에게 무경선 공천은 물론이고 100%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조차도 보장해 줄 수 없다. 이 때문에 안 전 대법관은 15일 부산에서 기자들을 만나 “험지로 보내면서 경선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다 보니 당내에선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100%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오 전 시장이나 안 전 대법관 경우처럼 인위적인 지역구 재배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을 놓고 “김 대표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오 전 시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한 측근은 “오 전 시장도 결국 ‘새누리호’를 함께 타고 있는 정치인”이라며 “종로 출마 강행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거나 아쉬움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남궁욱·최선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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