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기다린 신태용, 2골로 보답한 문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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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진

올림픽축구대표팀(23세 이하)의 문창진(23·포항)은 ‘언성 히어로(unsung hero)’로 불린다. 팬들이 응원가를 불러주지 않는 숨은 영웅이란 뜻이다. 문창진이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선 한국에 첫 승을 안겼다.

올림픽축구팀, 우즈베크 2-1 승리
작년 프랑스 평가전 PK실축 아픔
다시 키커 맡겨 자신감 되찾게 해

 한국은 14일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SC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겸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C조 1차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문창진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한국은 올림픽 예선 무패 행진을 30경기(22승8무)로 늘리며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8회 연속 본선행의 희망을 밝혔다.

 선제골은 전반 20분에 나왔다. 올림픽팀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상대 위험지역 왼쪽 측면을 파고 들다 상대 수비수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찬스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문창진이 강한 왼발 슈팅으로 첫 골을 뽑았다. 후반 3분에는 황희찬이 왼쪽 골라인 부근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를 반대쪽에 있던 문창진이 뛰어들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후반 13분 도스톤베크 함다모프의 중거리 슈팅으로 한 골을 따라붙은 우즈베크는 후반 25분께 이창민(22·제주)에게 비신사적인 태클을 시도한 잠시드 볼타보에프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추격 기회를 날렸다.

 문창진은 2012년 19세 이하 AFC 챔피언십 당시 한국 우승의 주역이다. 이라크와의 결승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48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한국의 역전승(승부차기 4-1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더 큰 무대에서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림픽팀에서도 국가대표 권창훈(23·수원)과 해외파 듀오 류승우(23·레버쿠젠)·황희찬에 가려졌다. 문창진의 재발견은 우즈베크전의 값진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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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46) 올림픽팀 감독이 선보인 ‘믿음의 리더십’이 문창진을 일으켜 세웠다. 문창진은 지난해 6월 프랑스와의 올림픽팀 원정 평가전(1-1무) 당시 후반 47분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당시 신 감독은 “창진이가 찬 볼이 크로스바를 넘어갈 때 머리가 하얘졌다”고 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우즈베크전 PK 찬스에 변함 없이 문창진을 키커로 세웠고, 제자는 골로 화답했다. 한국은 16일 오후 10시 30분 예멘과 2차전을 갖는다.

 ◆고개 숙인 중국 축구=중국은 올림픽팀과 A대표팀의 잇단 부진으로 초상집 분위기다. 중국 올림픽팀은 지난 12일 열린 카타르와의 A조 1차전에서 1-3으로 역전패해 리우행 도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8일에는 중국축구협회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 참가 중인 중국 A대표팀의 사령탑 알랭 페랭(60·프랑스)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중국 A대표팀은 C조에서 3승2무1패로 조3위를 기록,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불투명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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