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어게인 2012’… 6조원 꺼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기사 이미지

세계 메모리반도체 2위인 SK하이닉스가 올해도 6조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굴기’에 시동을 건 중국과 글로벌 반도체 업계 인수합병(M&A) 후폭풍 속에서 SK하이닉스의 선제적 투자가 어떤 성과를 거둘 지 주목된다.

과거 선행 투자로 세계 4위 올라
중국 도전 맞서 올해도 통큰 결정
D램 값 하락…시장 상황 가시밭

 14일 SK하이닉스는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역시 6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조원을 반도체 설비 투자에 쏟아부었다.

기사 이미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투자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다. 2012년 반도체 업계가 불황으로 업계 전체가 투자를 주저하던 때 SK하이닉스는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했다. 그 해에는 2273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3년부터 3년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2014년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합친 종합 반도체 시장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론을 밀어내고 세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퀄컴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를 제외하면 지난해 세계 3위다.

 SK하이닉스는 6조원 투자로 세계 2위인 D램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20나노미터(㎚) 초반대 D램과 10나노미터(㎚) 후반대 D램 개발과 양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는 구리선 굵기를 가늘게 할 수록 생산원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좋아진다. 이 미세공정 기술이 뛰어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D램 업계에서 독주해왔다.

 SK하이닉스는 또 고성능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이천에 준공한 M14 반도체공장 2층을 3D 낸드플래시 용도로 만들어 삼성·도시바·마이크론 등 낸드플래시 시장 선두 업체들과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D 낸드플래시는 기존의 평면 낸드를 위로 쌓아올린 반도체로 저장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성이 좋다. 대용량 저장매체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3D낸드플래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하지만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반적으로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PC에 이어 스마트폰 시장도 성장이 둔화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은 지난해 초 개당 3.6달러에서 연말에는 1.8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기사 이미지

 또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도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성장속도가 느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주춤해졌다. 현재 20%인 반도체 자급률를 높이는 걸 목표로 중국 정부와 국영 기업들이 발벗고 뛰고 있다.

중국 국영 칭화유니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인수한 뒤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다시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에도 지분 20%를 인수하겠다고 제안 했다.

 반도체 기업 간 대형 인수합병도 변수다. 올해도 덩치 불리기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합종연횡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이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해 프로그래머블반도체업체(알테라)를 인수하듯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2월 하나의 반도체 칩에 체지방·심박수·체온 등 생체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합한 바이오 프로세서를 양산하며 바이오 반도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은 또 2017년 가동을 목표로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해 기존 기흥·화성을 잇는 ‘삼성 반도체 밸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