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입지평가 1위 성산, 주민 반발로 설명회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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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7일 열린 ‘제주 제2공항 주민설명회’가 예정부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이날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지역주민 설명회를 통해 서귀포시 성산읍이 제2공항 최적지로 평가받은 이유 등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오전 10시30분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열기로 했던 설명회는 성산읍 주민 100여 명이 단상을 점거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비대위 꾸리고 사업 백지화 주장
제주도는 24시간 상담·소통 계획

 주최 측은 오전 11시쯤 성산읍사무소로 옮겨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역시 반대 주민들의 반발로 10여 분 만에 중단했다. 이들은 “생존권을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짓밟는 폭력적 개발주의를 반대한다”며 “ 입지 선정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김방훈 정무부지사를 중심으로 전담기구를 꾸려 입지주민들과 24시간 무제한 상담·소통을 하겠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용역결과 자료에는 성산읍 지역이 종합 평가 결과 100점 만점에 89점을 받아 후보지였던 신도·난산·하모 지역을 앞섰다. 항공기가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간인 공역과 기상·장애물·소음·환경성 등 9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신도는 70.5점, 난산은 64점, 하모는 38.1점을 받았다.

 용역을 맡은 한국항공대의 김병종 교수는 “환경기준이 제2공항 입지 선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 환경성 평가에서 총점 2위인 신도가 4.5점에 그친 것에 비해 성산 지역은 15점을 받아 큰 격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온평리· 신산리 등 제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4개 마을 주민들은 각각 비대위를 꾸려 ‘사업계획 백지화’를 주장했다. 천연기념물 467호인 수산굴 등 용암동굴이 훼손될 수 있고, 공항 북쪽의 하도 철새도래지가 황폐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해 정부와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을 중지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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