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김현수와 개막전 대결 기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기사 이미지

박병호

박병호(30)는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네소타에 입단한 박병호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성공한 당당함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빅리그 데뷔 앞두고 기자 회견
“강정호가 폼 바꾸지 말라 조언”

 박병호는 “미네소타 구단 직원들이 나를 ‘박뱅(Park-bang)’이라고 불러주더라. 이 별명이 좋다”고 말했다. 박병호와 ‘빅뱅’의 합성어인 ‘박뱅’은 한국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미네소타도 이를 알고 박병호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MLB에서도 폭발적인 홈런을 날려달라는 미네소타의 바람이 담겨 있다.

 국내 무대를 떠나는 자리인 만큼 지금까지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얘기들도 나왔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안티팬 ‘국민거품 박병호(일명 국거박)’가 화제에 올랐다. 박병호 기사 밑에 악의적으로 댓글을 다는 것으로 유명한 네티즌 ‘국거박’은 박병호가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고 MLB 진출에 성공해도 악성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박병호는 “지금은 (악플러를) 정말 만나보고 싶다. 같이 사진 찍고 인터넷에 올리면 어떨까”라며 웃었다.

 지난해 12월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4년 보장 1200만 달러(약 144억원), 5년 최대 1800만 달러(약 216억원)에 계약했다. 사인을 한 뒤 미네소타 홈구장인 타깃필드를 둘러본 박병호는 “야구장이 정말 아름다워서 감탄했다. 타깃필드에서 장타를 많이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구단 직원들이 ‘날씨가 어때?’라고 물어보더라. 미네소타가 춥기 때문에 걱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네소타는 경기가 열리는 4월에도 눈이 내린다. 때문에 미네소타 구단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에 난방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박병호가 올 시즌 가장 기대하는 경기는 김현수(28)와 만나는 개막전(4월 5일·볼티모어 홈구장 캠든야드)이다. 박병호는 “김현수와 MLB에서 대결한다니 기대가 크다.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뛰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MLB에 대해 잘 모른다. 미국에 가서 상대 팀 자료와 상대 투수 영상을 받아보기로 했다. 특히 LA 다저스 클레이턴 커쇼(28)가 던지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29)의 동료인 커쇼는 지난해 16승(7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한 MLB 최고 투수다.

 박병호는 넥센에서 함께 뛰다 1년 먼저 MLB에 진출한 강정호(29·피츠버그)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박병호는 “강정호가 ‘타격폼을 바꾸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 한 달 정도 뛰면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학창 시절 영어 과목을 가장 좋아했던 그는 프로에 와서도 꾸준히 영어를 공부했다. 박병호는 “미국에 가보니 영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 통역원 도움 없이 말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MLB 첫 시즌 목표는 ‘스스로 만족하는 야구’다. 그는 “홈런 몇 개를 칠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기록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며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한국에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 그땐 꼭 친정팀인 넥센으로 오겠다”고 했다. 오는 12일 미국으로 출국해 시즌을 준비하는 박병호는 “한국시간으로 오전에 MLB 경기가 열린다. 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더 큰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