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이후 6년 만 고강도 구조조정 예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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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18면

박삼구(71·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았다. 금호기업은 29일 채권단에 7228억원을 내고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50%+1주)을 확보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 일가가 지분 67.7%를 보유한 금호기업을 정점으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을 거느리게 됐다. 2009년 12월 금호산업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지 6년 만이다.


박 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3남으로 두 형의 뒤를 이어 2002년부터 그룹을 맡았다. 그가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며 한 때 재계 7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막대한 인수 대금으로 인한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화를 불렀다. 2009년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금호렌터카, 대한통운 등을 모두 매각한 2010년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그룹에 복귀했다. 그는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매각하고 3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며 경영 정상화에 힘썼다. 채권단은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그룹 재건의 토대는 마련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계열사들을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점 통폐합, 예약·발권부서 아웃소싱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형제의 난’의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계기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화해의 뜻을 내비쳤지만 관계 회복은 요원하다.


박 회장은 최근 “선친(박인천 회장)이 강조한 부지런함·성실·정직·끈기를 바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비상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가 여러 난관을 뚫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정상화 시킬 수 있을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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