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으로 새해 맞은 여야, 김무성 "법안 처리 못해 석고대죄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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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년인사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올 4월 총선 앞두고 승리를 다짐하는 구호나 환호성은 없었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마음자세로 인사회를 시작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여러 개혁과제를 추진했지만 국민 눈높이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국민들이 목마르게 기다리는 노동개혁 5개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입법 미비로 오늘(1월1일)부터 선거구 무효라는 초유의 비상상황에 직면하게 돼 죄인된 심정으로 국민께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음과 몸을 다해 나라에 이바지 한다는 국궁진췌(鞠躬盡?)의 자세를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앞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김 대표는 방명록에도 ‘노동·공공·교육·금융 개혁의 완수가 우리나라의 미래이고 우리 새누리당의 사명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현충원을 찾은 박 대통령과는 시간이 달라 마주치지 않았다.

분당 위기감에 휩싸인 더불민주당의 단배식 분위기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문 대표는 “작년, 국민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다”며 “1년 내내 분열된 모습으로 국민께 걱정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이겨야만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정권교체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어 국립현충원과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았다. 문 대표는 “당이 단단하게 단합되고 더 크게 통합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여사는 “올 한 해 원하시는 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말만 했을 뿐 공개 대화가 이어진 8분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최근 침대에서 일어나다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더민주 측은 설명했지만, 다른 당 관계자는 “등 돌린 호남 민심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문 대표는 방명록에 ‘통합의 역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문 대표 일행에게 봉하막걸리를 내놨다. 공식 일정을 마친 문 대표는 경남 양산 자택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이은 일주일 만의 ‘양산행’이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한 음식점에서 ‘새해 떡국 나눔’ 행사를 열었다. 노란색 앞치마를 두른 안 의원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떡국을 퍼 날랐다. 안 의원은 이후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노원구 자택에 머물며 창당 구상에 집중했다. 오는 10일로 잡힌 창당준비위 발족 준비와 관련해 안 의원은 “약속 잡히는대로 외부 인사들을 촘촘하게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획정위에 제시한 가이드라인(지역구 246, 비례대표 54)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 김 대표는 인사회 직후 기자들에게 “농촌선거구가 너무 많이 줄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 여야가 잠정합의한 지역구 253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제살리기가 더 급하다. 경제관련 법안도 야당이 처리하지 않을 경우 의장이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화안’에 반대 입장인 문 대표는 직권상정도 거부했다. 문 대표는 봉하마을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시간이 남았다. 여야가 더 노력해서 반드시 여야 합의로 선거구 획정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김해=위문희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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