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해임건의안 표적된 윤병세 “황소 뿔 잡는 마음가짐으로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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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야당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냈다.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합의 이틀 만에 윤 장관을 표적으로 세우고 나섰다.

야당 “합의 수용 못해, 다시 협상을”
윤 “현실적 제약 감안 의미 찾아야”
케리, 윤 장관에 전화 “역사적 업적”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3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은 한·일 간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 다시 협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이 배제됐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도 빠졌으며, 소녀상 이전에도 실질적으로 합의한 어리석은 조치”라고 협상을 비판했다. 그런 뒤 “윤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과 본회의 긴급현안 질문 및 규탄 결의안 채택, 범국민 반대운동 전개 등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 이 합의는 양국 정부의 구두 발표에 불과한 것이라 우리 당 집권 시 어떠한 기속을 받지 않으며, 정치외교적으로도 책임이 없다”고 했다.

 같은 당 문재인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굴욕적인 합의”라며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조약이나 협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원년 멤버인 윤 장관은 최근 개각에서도 살아남아 ‘오병세(대통령 임기 5년간 장관을 할 것이란 뜻)’라는 별명이 따라다니지만, 이번 협상 후폭풍으로 인해 고비를 만났다.

 윤 장관은 합의 직전 “황소의 뿔을 잡는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해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부가 됐든 마찬가지였을 것”이란 이야기를 주변에 했다고 한다. 위험이 크지만 피할 순 없단 뜻으로 한 말이라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윤 장관은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유엔 회원국 193개국 대부분과 외교를 하는데, 한·일 관계가 특수성 때문에 제일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안부 협상에 대해선 “1년8개월 동안 워낙 힘든 협상이었다. 양국이 국내적으로 여러 이해관계가 있는 분들이 있고, 가장 난이도가 높은 사안이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이런 어려운 문제가 타결됐을 때는 현실적 제약을 감안해 보지 않으면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양측 모두)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 측도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언행들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이번 합의를 잘 안 되게 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합의가 순항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양국 외교장관이 내외신이 보는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합의 타결 내용을 발표했다는 것은 일본도 이제 국제사회 앞에서 밝힌 이런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국제사회도 이를 열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윤 장관에게 전화해 “이번 협상의 성공적 타결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업적”이라고 말했다. 15분가량 이뤄진 통화에서 케리 장관은 “이번 협상을 가능하게 한 박근혜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에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이에 윤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방한했을 때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는 등 미측 지도층 인사들이 국제사회와 함께 우리의 입장을 적극 지지해줘 감사하다”고 답했다. 윤 장관이 “이번 합의의 신속하고 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하자 케리 장관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유지혜·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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