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아직도 등골브레이커? 가격도, 소재도 ‘착한 패딩’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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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패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몇 해 전부터 겨울 거리를 점령한 일명 ‘등골브레이커’가 올해도 여전할까? ‘등골브레이커’란 학부모의 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제품을 말한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노스페이스 패딩을 학생들이 교복처럼 입고 다녀 몇 해 전부터 사회 이슈가 됐다. 더 비싼 ‘캐몽(캐나다 구스, 몽클레르)’이 신등골브레이커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소재도 윤리적인 ‘착한 패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브랜드를 중시하거나 유행을 따르기보다 어떤 소재를 썼는지 따지는 등 윤리적인 소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인공 충전재 사용한 비건 패션

채식주의자에 빗댄 이른바 ‘비건 패션(Vegan Fashion)’이 대표적인 예다. 비건 패션은 겨울철 외투의 주 충전재인 거위털과 오리털 대신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인공 충전재를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동물 학대 영상(털 뽑힌 거위의 붉은 살갗, 털을 뽑다가 찢어진 생살을 꿰맨 앙고라 등)을 접하고 비건 패션에 동참하고 있다. 비건 패딩을 확인하려면 옷 안쪽 태그를 꼭 봐야 한다. 살아 있는 거위나 오리의 털을 쓰지 않는다고 해 놓고 다른 동물의 털로 모자를 장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해 10대들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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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를 위한 목소리가 커지자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착한 의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밀레와 K2, 컬럼비아 등은 다운 점퍼 못지않게 따뜻한 인공 충전재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펠틱스는 폴리에스테르 100%를 사용한 ‘빅스라비 별빛 패딩’을 선보였다. 다운 점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10대들이 주된 소비자다. 펠틱스 마케팅팀 박종곤 대리는 “주력 상품이 아닌데도 펠틱스 제품 중 겨울 점퍼 판매율 5위 안에 들었다”고 말했다.

윤리적으로 생산하는 털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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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에서 방송된 ‘마리와 나’에서 서인국은 라쿤 2마리를 맡아 길렀다. 의류 부자재로 인기있는 라쿤의 풍성하고 윤기나는 털을 위해,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는 일이 많다. [사진=’마리와 나’ 캡쳐, JTBC]

동물의 털을 사용하더라도 잔인한 생산 방식은 피하는 ‘착한 패션’도 있다. 노스케이프는 윤리적으로 정당하게 생산할 때 부여하는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을 받은 제품인 ‘박서준 패딩’을 올겨울 출시했다. 살아있는 거위나 오리의 털을 채취하지 않는 ‘착한 다운’이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충전재는 다운을 사용하더라도, 장식용 털은 인조를 선택하는 예도 있다. 베이직 하우스는 2013년 말, 동물자유연대와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브랜드로는 가장 처음 ‘퍼 프리(Fur Free)’ 캠페인에 참여한 바 있다.

성 모양(15)은 “SNS를 통해 라쿤의 털을 산 채 뽑는 영상을 본 뒤로 라쿤 털이 달린 점퍼는 못 입게 됐다”면서 “최근 페이크 퍼로 모자를 장식한 패딩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다양한 페이크 퍼 액세서리를 상품화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모피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합리적 가격에 제공되는 인조 모피가 인기”라며 “특히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겨울 스타일링을 연출하는 스카프가 잘 나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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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보호 인증을 받은 노스케이프 ‘박서준 패딩’. 가격은 다소 높은 편. 2: 유니클로의 페이크 퍼 목도리(1만4900원) 3: 유니클로의 페이크 퍼 귀마개(7900원) 4: 인공 충전재와 인조 털을 사용한 10만원 대 노이즈 패딩 5: 폴리에스테르 100%인 펠틱스의 별빛 패딩(23만9000원)

선진국 만큼 동물 보호가 활발하진 않아

그러나 해외 선진국에 비해 동물 보호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동물보호협회에 가입해 폴리에스테르 100% 제품만 내놓는 캐나다 브랜드 노이즈(NOIZE)의 바이어 이동하 팀장은 “지난달 캐나다 출장을 다녀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라쿤과 구스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면서 “국내에선 리얼 라쿤이 아니면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글=성슬기 인턴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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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패딩 링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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