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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인천 A양들’ 끝까지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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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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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아이를 찾기 위해 더 노력 했더라면….”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초등학교. 교육지원청 장학사와 마주앉은 C교사가 오열하며 꺼낸 말이다.

 그는 인천 아동학대 피해자 A양(11)이 다녔던 초등학교의 담임교사였다. C교사가 기억하는 A양은 “똑똑한 학생”이었다. 유일한 흠은 잦은 결석이었다. 2012년 8월부터 아예 등교하지도 않았다.

 C교사는 A양의 집을 3회 방문했으나 문이 잠겨 못 만났고 “이사 갔다”는 이웃의 얘기를 들었다.

 그해 9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A양의 친할머니가 찾아와 “아들(A양의 아빠)이 내 인감도장을 훔쳐 집을 팔고 도망갔다. 손녀는 어디로 이사 갔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놀란 C교사는 곧장 인근 경찰 지구대로 달려갔다. “아이가 실종된 것 같다”고 신고했지만 직계가족 등 보호자가 아닌 데다 A양이 부모와 함께 떠난 것이 확인됐다면서 경찰은 신고 접수를 받지 않았다.

 이 기간 A양은 인천 연수구의 빌라에 정착했다. 2013년부터 학대가 시작됐고 아빠의 동거녀가 키우는 애견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본지 12월 21일자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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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양의 아버지(32·구속)는 주민등록 전입신고와 전학신고를 하지 않아 A양의 사회적 존재감은 사실상 실종 상태가 됐다.

 A양 같은 장기 결석생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25조와 29조로 관리된다.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을 하면 학교장은 2회 이상 독촉·경고장을 보내고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읍·면·동장은 확인한 내용을 학교에 알려야 한다. 3개월까지 연락이 없으면 학교는 학생을 ‘정원외 학적관리자’로 분류한다.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에 “A양과 같은 장기 결석생 현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더니 “학교별로 관리하기 때문에 전체 현황을 취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학교와 사회로부터 연락이 두절된 채 학대를 받는 제2의 A양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광호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은 장기 결석생이 발생하면 즉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통보해 가정 환경 등 원인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부모의 친권을 박탈해 아이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의무교육 대상인 아이를 장기간 결석시킨 학부모를 처벌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A양의 경우 최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에서 ‘아빠를 처벌해 달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제 A양 같은 아이를 끝까지 찾기 위해 학교와 지자체가 경찰 등에 의무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도록 하자.” 뒤늦게 나온 김상식 인천 연수경찰서 여성청소년 과장의 제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