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은퇴 팁] ‘30년 가계부’ 미리 써보면 노후준비 실태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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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요즘엔 가계부를 적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가계부란 원래 말 그대로 한 식구의 수입과 지출을 적는 장부다. 이를 통해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즉 현금흐름을 파악하는 수단이 된다. 현금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부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늘 돈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정확한 수입과 지출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출 규모를 기록하면 스스로 씀씀이를 되돌아보고 불필요한 지출을 자제하게 된다.

 이런 이치를 알고 가계부를 적으면 노후준비의 기본자세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이 매일 쓰는 ‘일일 가계부’보다 더 중요한 가계부가 ‘30년 가계부’다. 일일 가계부는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고, 30년 가계부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의 가계부다. 엑셀 같은 스프레드시트를 펴놓고 퇴직 후 수입과 지출을 30년간 써나가면 된다.

 이렇게 해보면 의외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막상 퇴직해 60세부터 노후생활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확실하게 손에 쥐는 수입은 연금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받아도 30년간 펼쳐놓으면 액수가 많지 않다. 개인연금이 있어도 30년간 나눠 타게 되면 매달 수령액이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지출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주택 관리비를 비롯해 기본 생활비가 필요해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선진국 최고수준인 것도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 노후에 쓸 자금이 많지 않은 결과다. 30년 가계부는 하루빨리 작성할수록 좋다. 노후준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배우자와 함께 만들어보라.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노후준비에 동기부여가 강화된다.

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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