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택배 상하차 안한다” 스무살 A군의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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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6시 서울 노원구의 한 이면도로. 이제 갓 스무살이 된 A군은 45인승 관광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A군과 같은 앳된 얼굴의 청년 20여명이 탔다. 흑인 등 외국인 젊은이들도 서넛 있었다. 이들은 한 시간 가량 이동해 경기도에 있는 한 택배업체 상하차장으로 갔다.

이곳에서는 수도권에서 모인 택배물량을 내려 분류한 뒤 다시 실어 전국으로 보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기차역 플랫폼처럼 생긴 하차장에 트럭이 세워지면 트럭의 문을 열어 짐을 내리는 식이다. 처음에는 하나씩 사뿐사뿐 내리면서 시작했지만 힘에 부치면서 거의 던지듯 물건을 나르는 경우도 많았다. 오후 8시쯤부터 시작된 상하차 작업은 다음날 새벽에야 끝났고, 오전 9시쯤 노원구 인근으로 돌아온 A군은 녹초가 돼 집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털어놓았다.

흔히 수능을 마친 남자 수험생들 등에게 사회 첫 알바로 꼽히는 택배 상하차 알바는 경험자
들을 중심으로 ‘극한 알바 1위’로 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남녀 대학생 612명에게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들은 극한 알바가 뭐냐는 질문에 주점이나 호프 알바(24.2%), 음식점 서빙(11.9%), 배달 등을 꼽았다. 하지만 남성만 따로 놓고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2%가 택배 상하차 알바를 극한 알바로 꼽았다. 알바천국 측은 “택배 상하차 경험 알바생들을 중심으로 경험담이 돌고 있기 때문”으로 봤다.

선호 알바로는 연말 시상식 스태프(29.9%), 콘서트 진행(24.1%), 캠프 진행(19.3%), 산타 알바(16.2%) 등 꼽혔다. 연예인을 볼 수 있는 연말 시상식 스태프는 여성(35%)이 남성(20%)보다 높고, 단기 고수익인 캠프 진행 알바는 남성(29.1%)이 여성(14.2%)보다 높았다. 또 전체 응답자의 76.3%는 연말에 알바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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