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달동네 밝힌 ‘연탄재 크리스마스 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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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수암골 언덕에 연탄재 1100여 개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섰다. 지난 16일 점등식에 참석한 주민들이 트리를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의 달동네로 불리는 수암골에 연탄재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했다.

수암골 주민 림민 작가 아이디어
1100여 개 모아 글·그림 넣어 꾸며
“이웃 주민들에 작은 선물 됐으면”

 지난 16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수동 수암골에 연탄재 1100여 개를 모아 만든 트리가 점등식과 함께 불을 밝혔다. 4m 높이의 이 트리는 연탄재마다 고유의 표정을 짓고 있는 게 특징이다. 큰 눈망울에 입을 그려 넣고 장식물을 붙여 만들었다. 머리에 꽃을 꽂고 엉뚱한 표정을 짓는 연탄재도 있다.

 연탄 트리를 만든 주인공은 주민 림민(37)씨다. 2011년 가을 수암골에 눌러 앉은 뒤 이듬해 봄부터 연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수암골 포토존으로 유명한 천사 벽화도 그의 작품이다. 림씨는 “지난해 연탄 50장을 쌓아 트리를 만들었더니 수암골 할머니들이 매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며 “연말에 수암골을 찾는 이웃 주민들에게 작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탄 트리는 수암골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위치했다. 벽화마을로 전국 명소가 된 수암골은 곳곳에 커피숍이 들어섰다. 하지만 트리가 설치된 장소만큼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정착해 만들어진 마을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트리가 서있는 언덕에서는 청주시내 전경도 훤히 보인다. 시민 윤태경(47)씨는 “버려진 연탄재가 멋진 트리가 됐다니 놀랍다. 당분간 수암골의 명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리는 수암골 마을 주민들이 집 앞에 내놓은 연탄을 수거해 만들었다. 림씨가 하루 40~50개씩 모아 지난달부터 작업을 했다. 연탄재를 말린 뒤 유약을 발라 방수 처리 후 채색하는 과정을 거쳤다. 작품 한 개를 만드는 데 꼬박 나흘이 걸린다. 물감과 유약·장식물과 트리 구조물 설치 비용 400만원은 크라우드펀딩(소셜미디어를 통한 소액 모금)으로 모았다. 림씨는 “수암골 곳곳에 20여 개의 소규모 연탄 트리를 더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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