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랠리 지속 힘들다 … 두 번째 인상 시기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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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직원들이 거래 업무를 하고 있다. TV에선 재닛 옐런 Fed 의장이 물가 상승률을 꼼꼼히 관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미 증시는 다우지수가 1.2% 상승하는 등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화=뉴시스]

“시장을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그러나 새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미 금리 인상 …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분석
경제 위기는 오지 않을 것
한국은 상당 기간 금리 동결
내수 경기 활성화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 펴야

 17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던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됐단 점에선 불확실성이 제거됐지만, ‘인상 속도’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부각됐다는 얘기다.

 센터장들의 분석대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3% 상승하며 1977.9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 넘게 올랐다. “시장은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말을 재확인한 하루였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12월 금리 인상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은 이미 조정을 받았다”며 “막상 금리가 오르자 시장이 반등한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현대증권 센터장 역시 “2004년 미국의 금리 인상 때도 실제 인상이 단행되자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며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등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보진 않았다. 속도라는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왔다. 이를 정상화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한 건 2013년 12월이다. 그로부터 2년 만에 유동성 공급을 멈추고 금리 인상에 들어갔다.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면 국내 증시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센터장들은 예외 없이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이 이를 확인할 때까지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두 번째 금리 인상이 결정된 뒤 인상 속도를 확인한 후에야 시장이 안정될 텐데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 역시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는 조정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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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에선 대규모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위기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론에 동의하는 센터장은 없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금리 인상이 급격하게 일어나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금리 인상이 우려할 만큼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가가 낮아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물가가 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돈줄을 죄고 있지만 다른 국가는 돈을 풀고 있다는 것도 센터장들이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신동석 센터장은 “일본과 유럽은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고 중국 역시 일대일로 정책 등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압력을 받게 됐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센터장들은 “당분간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내수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며 “당분간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준재 센터장 역시 “가계 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된 만큼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도 어렵다”며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선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달라”고 주문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요 부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인 센터장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하기보다 시장에 맡겨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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